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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뒤 한국산업 이끌 기업의 조건은?

입력 | 2013-03-04 03:00:00

6개 증권사 리서치센터 설문




10년 뒤 한국을 이끌어 갈 기업은 ‘G. E. E.’.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가 외부 바람에 덜 흔들리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작지만 강한 기업을 여러 개 키워내야 한다. 본보가 대신·대우·삼성·신한·우리투자·한국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대상으로 ‘현재의 중소형 회사 중 10년 후 대형 회사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과 그 이유’에 대해 물었다.

‘될성부른 회사’의 공통점은 ‘G. E. E.(Growing Industry, Export, high Entry Barrier)’였다. ‘성장산업의 물결에 올라타 있되 독보적 아이템이나 기술로 국내외 시장을 개척하는 회사’라는 말이다.

○ ‘흙 속 진주’의 조건

제1조건으로 꼽힌 건 ‘성장산업에 올라타기’였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케이엠더블유는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 제조업체다. 이 회사가 만드는 소형기지국(Remote Radio Head)은 통신사들이 롱텀에볼루션(LTE)망을 깔 때 기지국과 휴대기기를 연결·제어하는 필수장비다. 세계적으로 LTE 설비 투자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산업에 올라탄 대표 기업으로 꼽혔다.

다음 조건은 ‘수출’이었다. 내수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당위성과는 별개로 한정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야 대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인 특유의 미감(美感)과 손맛을 바탕으로 한 화장품, 음식료 회사 가운데 중국, 동남아시아로 터전을 넓혀 가는 회사들이 대표 기업으로 꼽혔다. 예를 들어 코스맥스는 메이블린, 더페이스샵처럼 유명 브랜드에 화장품을 만들어주는 제조자개발생산(ODM) 회사로 2002년 코스닥 상장 시 4% 남짓하던 해외 관련 매출을 지난해 18.7%(974억 원 예상)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중국에서의 매출 성장률은 43.6%에 육박한다.

자동차 부품회사 케이피에프도 고객사가 전 세계에 고루 퍼져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꼽혔다. 이 회사는 베어링용 단조품을 만들어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스웨덴의 SKF, 일본의 NSK에 납품하고 있다.

무엇보다 ‘높은 진입장벽’은 필수 조건으로 꼽혔다. 경쟁자가 쉽게 따라오기 힘든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유진테크는 반도체 박막 장비를 제조하는 회사로, 2012년 3분기 기준 국내 51건, 해외 21건의 특허를 갖고 있다. 또 인텔,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이 만든 ‘글로벌450mm컨소시엄(G450C)’에서 부문별 협력장비 업체로 한국 회사로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에스엠엔터테인먼트와 와이지엔터테인먼트도 음악·영상 개발력에서 독보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창조적 파괴’로 돌파구 찾아야

이번 조사에서는 10년 뒤 업종별 기상도에 대한 예측도 함께 이루어졌다. 정보기술(IT), 인터넷 등 현재 강한 산업군은 10년 후에도 밝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많았다. 반면 유통, 교육 등은 전망이 나빴다. 저출산·고령화 탓이다.

정보통신장비·서비스와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부문은 10점 만점에 6.7점을 받아 가장 전망이 밝은 산업으로 꼽혔다. 이정수 신한투자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사람 대 사람 중심의 통신시장에서 기기 사이의 통신시장으로 확대되며 대규모 통신장비 수요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예측했다.

이규선 대우증권 스몰캡 팀장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수요 시장이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되고,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방식(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콘텐츠 생산 기업의 힘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기계 부문은 의견이 엇갈렸다.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현대차 그룹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가 하면 일본 차들이 친환경차와 고급차 부문에서 한국 차와의 격차를 확대하고 소형차 부문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불리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가장 전망이 나쁜 산업은 철강·금속 및 유통 분야였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철강산업의 주도권이 중국 등 신흥국이나 원료를 가진 국가들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통산업에 대해서는 내수가 획기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한 성장동력을 찾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았다.

기업도 사람처럼 흥망성쇠를 겪는다. 요즘처럼 생체리듬이 빨라진 기업 환경 아래서는 안주하면 금방 쇠퇴하고, 발 빠르게 준비하면 한 단계 도약하기도 쉽다. ‘파괴적 혁신,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회사들이 언제든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움켜쥐는 것은 결국 기업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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