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워싱턴 특파원
“다른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그러는 것이 어디 있느냐.” 이런 ‘수상한 장면’을 지켜본 다른 기자들은 백악관 관리들에게 항의했다. 관리들은 “별것 아니다. 걱정할 필요 없다”며 해명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걱정할’ 일이었다. 생어 기자는 그날 저녁 이란 정부가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몰래 수년 동안 비밀 핵시설을 운영해왔다는 특종 기사를 터뜨렸다. 일격을 당한 다른 기자들은 한밤중까지 이곳저곳에 전화를 돌리며 기사 확인 작업을 벌여야 했다.
최근 오바마 행정부와 언론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17일 오바마 대통령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언론에 알리지 않고 골프 라운딩을 한 것이 직접적인 발단이다. 언론계에서는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에 쌓였던 불만과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언론의 정보 요청에 응답이 없고 관리들에게 언론 접촉 금지령을 내리는가 하면 비판적 언론 보도에는 “나중에 보자”며 보복성 대응을 하기 일쑤다. 그런데다 특정 언론하고만 친하게 지낸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언론의 비판은 보수적인 폭스뉴스에서부터 진보적 공영방송 NPR까지 성향을 가릴 것 없이 나오고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언론학자들은 “오바마 행정부에 호의적이던 언론이 ‘일방적 짝사랑’에 지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비판에 앞장선 워싱턴포스트는 ‘골프 파동’ 이후 줄잡아 하루에 한 개 이상씩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고 있다. 워터게이트 특종 보도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까지 나서 정부지출 자동삭감 문제를 놓고 연일 정부에 비판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그는 “백악관 고위 관리로부터 ‘그런 식으로 말하면 후회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까지 들었다”고 폭로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정부와 언론의 갈등에 대해 언급이 없다. 각종 이슈에 대해 심층 보도를 해온 뉴욕타임스로서는 매우 이례적이다. 오바마 행정부와 친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란 ‘스턱스넷’ 사이버공격, 테러 살생부 운영 등 뉴욕타임스의 굵직한 특종은 정부가 사전에 정보를 줬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워싱턴에서 떠돈다.
정미경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