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호랑이 이제야 제 대접, 어흥”서울동물원 호랑이 우리 28년만에 리모델링… 내년 5월까지 관람 중단
사실 나도 원래부터 이렇게 누워만 있는 타입은 아니었다고. 이래 봬도 난 백두산을 호령하던 시베리아호랑이 혈통이거든. 그런데 우리가 왜 늘 어깨가 축 처져서 어슬렁거리거나 누워서 빈둥대느냐고? 동물원에서의 생활이 지나치게 단조롭고 움직일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야.
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어디 이게 호랑이가 살 수 있는 곳이니? 주변은 온통 콘크리트로 만든 바위 덩어리뿐이고 나무도 몇 그루 없지. 쉼터도 없고, 환경도 낯설다보니 무기력해지거나, 남는 에너지를 발산하기 위해 몸을 앞뒤로 흔들거나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는 친구들도 생기는 거야. 나도 가끔은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한데 어디 잠시 몸을 감춰 쉴 곳도 없잖아. 게다가 구경 온 사람들을 해치지 못하게 한다고 콘크리트로 낭떠러지(해자)까지 만들어놨으니…. 도대체 난 숨 쉴 공간도 없다고!
그런데 요즘 즐거운 소식을 듣게 돼 마음이 설레. 몇 년 전부터 하네 마네 말만 많던 ‘백두산호랑이 숲 조성 계획안’이 드디어 승인이 났거든. 내일부터 공사가 시작돼서 내년 5월부터는 새 집에 머물 수 있다는 거지.
총면적이 마당을 합쳐서 1300m²에서 3000m²로 늘어나고 친환경 공법으로 만들어진대. 원래 우리 고향인 시베리아의 분위기를 살려 소나무 조팝나무 같은 나무 수백 그루를 심어 숲처럼 만든다는 거야. 요즘 해외 동물원의 재건축 추세인 ‘동물 복지’ 개념이 도입되는 거지. 숲을 만들면 내 프라이버시를 지킬 은신처가 생기고 움직일 곳도 많아져 ‘행동 풍부화’가 가능해질 거야. 구경 온 사람들은 우리를 볼 수 있지만 안에 있는 우리 호랑이 식구들은 밖을 볼 수 없게 특수 유리창을 설치한다더군.
참, 아쉽지만 공사 기간에는 우리 식구를 만날 수 없으니 괜히 날 보러 왔다가 발길 돌리지 말아줘. 내년 5월 집들이에서 만날 때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