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10개대 합격자는 50% vs 0%
부산 동래구에 사는 학부모 차모 씨(50)는 정반대의 사례를 경험했다.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아들은 중학교 때까지 반에서 항상 5등 안에 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동래구의 B고에 진학한 후 치른 모의고사에서는 평균 3, 4등급이 나왔다. 학교 내신은 2등급 수준. 차 씨는 “지역적인 한계를 실감한다. 좋은 지역에서 성적이 높은 친구들과 공부하게 해줬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를 한다”고 했다.
분석 결과 응시생의 30.7%(4만4478명)가 전국 230개 시군구 중에서 중학교 공시지가가 가장 높은 20개 지역에 살았다. 반면 공시지가가 가장 낮은 20곳의 응시생은 0.3%(398명)에 그쳤다.
수상자 격차는 더 벌어졌다. 3개 경시대회에서 동상 이상의 상을 수상한 학생은 모두 2만84명. 공시지가 상위 20곳이 37.3%(7484명)를 차지했다. 하위 10% 지역에서는 13명(0.1%)만 나왔다.
황선욱 숭실대 교수(수학과)는 “경시대회는 상위권 학생을 가리는 하나의 기준이다.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으면 잠재력이 큰 학생의 성장을 돕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경시대회 수상자 가운데 대학 진학이 확인된 학생은 1257명. 이 중 837명이 서울의 주요 10개 대학에 진학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서울시립대다.
이들이 다닌 중학교의 공시지가를 분석했더니 상위 20곳에 49.9%(418명)가 집중됐다. 수상자가 13명에 불과한 하위 20곳에서는 10개 대학 합격자를 1명도 내지 못했다. 공시지가 기준을 하위 100곳으로 넓혀도 합격자가 2.6%(22명)에 그쳤다. 하위 150곳으로 넓히면 15.1%(126명)가 나오는 데 그쳤다.
격차는 수능 성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시지가 상위 20개 지역에 있는 고교의 경우 수능 평균이 2등급 이내인 비율(2012학년도 기준)은 평균 6.1%였다. 반면 하위 20곳의 고교는 이 비율이 1.7%에 그쳤다.
중학교에서 경시대회를 통해 쌓은 실력과 자신감이 고교를 거쳐 대학 입시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도형·신진우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