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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U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돌아오지 않는 ‘모범 경찰’

입력 | 2013-03-04 03:00:00

강화경찰서 정옥성 경위, 자살자 구하려다 함께 밤바다 속으로…




“진정하세요. 저와 잠깐 얘기 좀 합시다.”

“당신들이 뭔데 나를 불러. 신경 쓰지 마쇼.”

1일 오후 11시 15분경 인천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선착장. 강화경찰서 내가파출소 소속 정옥성 경위(46·사진)는 김모 씨(45)와 10분 넘게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정 경위는 동료 양모 경사(40)와 함께 순찰을 하던 중 인천소방안전본부 119의 위치 추적 신고를 받고 ‘자살 의심자’로 추정되는 김 씨를 발견했다. 김 씨는 아내의 휴대전화에 ‘더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를 남긴 상태였다.

김 씨는 자신의 스타렉스 차량 주변을 맴돌다 선착장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정 경위도 뒤를 따르면서 계속 “대화를 하자”며 말을 걸었다. 그때 김 씨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더니 갑자기 바다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정 경위는 김 씨를 잡기 위해 전력 질주했다. 김 씨가 바다로 뛰어들자 정 경위도 함께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경찰과 해경, 소방당국이 헬기, 공기부양정, 경비함정을 총동원해 실종 지점과 강화도 해안가 전역을 수색했지만 허사였다.

김 씨의 시신은 실종 이틀째인 3일 오전 7시 40분경 투신 지점에서 북쪽으로 30km가량 떨어진 양사면 북성리 군 초소 앞 해변에서 발견됐다. 인천 부평에 살던 김 씨는 빚 문제로 부부싸움을 한 뒤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색작업은 3일에도 계속됐지만 정 경위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양 경사는 “정 경위는 성격이 활달하고 책임감이 강해 동료들의 신임을 얻었던 선배였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정 경위 가족들은 사고 지점 인근 마을회관에 머물며 경찰관들의 수색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정 경위는 전남 영광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1991년 청와대 경호실 지원부대인 서울경찰청 101경비단에서 경찰생활을 시작했다.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경호 업무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 2년 만에 순경에서 경장으로 특진했다. 그 후 강화경찰서로 배정돼 20년 가까이 강화도를 떠나지 않았다. 축구를 좋아해 조기축구회, 경찰 축구동호회에서 주축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책임감이 강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해 동료 직원에 비해 승진도 빨랐다. 근무태도의 성실성을 인정받아 경찰청장상 1회, 지방청장상 5회, 경찰서장상 15회 등 모두 27회나 표창을 받았을 정도로 우수한 경찰관이었다. 2010년 경위로 승진한 뒤 인천경찰청 기동대, 서부경찰서 검단지구대로 전근을 갔지만 열흘 전 아내와 자녀 3명이 살고 있는 제2의 고향 강화도 근무를 자원해 강화경찰서로 다시 돌아왔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