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코카콜라였다. 여섯 가지 음료로 세계사를 바라본 책 ‘역사 한잔 하실까요?’의 저자인 영국 작가 톰 스탠디지는 “병 하나에 든 코카콜라는 자본주의에 가장 가깝게 가도록 하는 물건”이라고 평가했다. 코카콜라가 들어올 때가 바로 그 지역에서 뭔가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이라고도 했다. 코카콜라는 자본주의의 상징이고, 미국의 상징이다.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졌을 때 옛 동독 주민들이 서독에서 바리바리 사간 것이 코카콜라였다. 2003년 태국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깨뜨린 것이 코카콜라였다.
▷지난해 여름 인터넷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에서는 평양의 한 식당에 등장한 코카콜라 영상이 화제였다. 북한과 이탈리아의 조인트벤처인 코리탈이 세운 이 음식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찍은 것이다. 이들이 피자를 먹는 식탁에 코카콜라 캔이 놓여 있었다. 세계에서 코카콜라가 정식 수입되지 않는 단 두 나라가 쿠바와 북한이니 누군가가 비공식적인 경로로 몰래 들여왔을 게 분명하다. 그 코카콜라가 다시 평양에 나타났다. 이번에는 최고권력자 앞에 버젓이. 지난달 28일 평양 유경정주영체육관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함께 농구를 보던 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 앞 탁자에 놓인 빨간 코카콜라 캔이 시선을 끌었다. 탁자 위의 코카콜라 캔은 노동신문 1면 사진에서도 살아남았다.
민동용 정치부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