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강경론에 힘 실려… 통일부 휘둘릴 가능성 커져 책임장관 목소리 조율 과제南, 김장수 견제 권력균형說… 민주 “특정 군맥 편중 인사”
박근혜 정부의 첫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인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오른쪽)이 2005년 4월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육참총장직을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내정자(왼쪽)에게 물려주는 이·취임식을 한 뒤 육군 기수단을 사열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와 더불어 군 출신을 앞세운 이런 라인업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엄중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감안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군 출신 인사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향후 대북정책이 유연하게 전개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 ‘튼튼한 안보’ vs ‘경직된 대북관’
남 후보자는 북한에 대한 ‘주적’ 개념을 강조해온 인물로 향후 국정원이 남북 대화를 비롯한 대북정책 이행 부서인 통일부와 충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대북 소식통은 “국정원이 수많은 북한 관련 정보 중 어떤 내용을 선택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대북정책이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도 성향 교수 출신으로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 수립에 참여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초기 조직 장악력이 검증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다는 점에서 남재준-김장수 라인에 휘둘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국정원은 북한과의 물밑접촉, 북한 관련 정보의 제공 같은 민감한 업무를 전담하기 때문에 통일부와의 협업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군 출신의 국가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이 통일부 장관을 로봇 같은 존재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가안보실장, 국정원장, 경호실장까지 연이어 특정 군맥으로 내정한 것은 대표적인 편중 인사”라며 “군 출신 인사 일색으로 외교안보 정보라인을 구성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시대에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청와대의 컨트롤 vs 책임장관 파워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책임장관의 역할이 강화될 경우 국방, 외교, 통일부 장관이 자기 분야에서 얼마나 강한 목소리를 내고 이를 어떻게 청와대와 조율할지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박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입안한 최측근으로 류 후보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지가 확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그의 역할이 단순히 청와대가 하달하는 외교정책 이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