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조직법 불통 정국에 조기등판… 정가 ‘신당창당 빅뱅’ 긴장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4·24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사진은 대선 당일인 지난해 12월 19일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미국으로 떠나면서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정치권이 열어 준 ‘틈’
정치권에선 ‘기성 정치권’이 안 전 교수의 재등판을 불렀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특히 대선 패배 이후 여전히 지리멸렬한 상황을 반복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이 안 전 교수에게 활로를 열어 줬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은 올 초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해 혼란에 빠진 당을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대선 패배 책임론 등을 둘러싼 계파 갈등을 전혀 봉합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5월 4일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당내 친노(친노무현)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데다 안 전 교수와의 연대, 협력 수위를 놓고도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후보를 내겠다는 방침을 밝혀 온 상황에서 안 전 교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도, 거리를 두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놓일 개연성이 높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후 정비를 잘해서 수권정당, 대안정당의 모습을 보여 줬다면 안 전 교수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교수 측 인사들은 안 전 교수의 직접 출마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4년 뒤 대선을 차분히 준비한다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과 계속 정치를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본격적인 행보를 하는 게 좋다는 조기 대응론이 맞섰다는 것. 안 전 교수 측에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리 빨라도 10월 재·보선에 출마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왔었다.
그러나 서울 노원병을 지역구로 둔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가 2월 14일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하자 안 전 교수가 등판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교수의 한 측근은 안 전 교수에게 e메일을 보내 “노원병에 출마하고 싶다”고 했지만 안 전 교수는 “송 의원 등과 상의해 보라”는 취지의 답신을 했다고 한다. 안 전 교수가 노 대표의 의원직 상실 직후부터 직접 출마를 검토한 것이란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정치 활동 재개를 앞두고 안 전 교수의 정치 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안 전 교수는 3일 오전 언론에서 자신의 귀국 날짜와 관련한 보도가 나오자 송 의원을 통해 귀국 날짜, 재·보선 출마 계획까지 속전속결로 발표했다. 지난해 대선 출마 선언 이전에 출마 여부를 놓고 언론과 숨바꼭질하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 왜 부산이 아닌 서울 노원병?
다만 민주당 문재인 전 대선후보는 “환영한다.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재·보선에서 야권이 힘을 합해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노 대표의 부인을 출마시키기로 의견을 모은 진보정의당이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도 변수다. 송 의원은 안 전 교수의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안 전 교수가 낮 12시경 노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출마에 대해 노 대표의 양해를 구했다는 식의 언급을 했지만 이정미 대변인은 “노 대표에게 확인한 결과 의원직 상실에 대한 위로의 말만 오갔을 뿐 출마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잘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