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모유수유에 정체기 맞은 분유회사… ‘고객 빼오기’ 경쟁
저출산 분위기와 모유 수유 장려로 위축되고 있는 분유 시장에 ‘한 스푼 마케팅’이라는 신(新)풍속도가 등장했다. 일부 분유업체가 엄마들에게 먹고 남은 경쟁사 분유를 보내주면 자사(自社)의 새 제품(800g)으로 바꿔주겠다며 판촉 전쟁을 벌이고 있다.
○ “새 분유 줄게, 헌 분유 다오”
상담원은 분유를 바꿔 먹이는 방법도 친절히 설명했다. 경쟁사 분유와 자사 분유 혼합 비율을 7 대 3에서 시작해 이틀째는 5 대 5, 3일째에는 3 대 7의 비율로 조금씩 높여 가면 된다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 육아정보 사이트에는 ‘헌 분유에서 새 분유로 바꾸기’에 대해 묻고 대답한 글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3세 아들을 둔 이모 씨(34)는 “한 스푼밖에 안 남은 분유통도 친절하게 바꿔줬다”며 “A사뿐만 아니라 C사도 분유 바꾸기 프로그램이 있다”고 전했다.
‘한 스푼 마케팅’은 한 푼이 아쉬운 엄마들에게는 상당히 솔깃한 제안이다. 프리미엄 분유는 한 통에 4만∼5만 원이고 일반 분유도 한 통에 2만5000원이 넘을 정도로 비싸기 때문이다.
‘분유 갈아타기’는 쉽게 이뤄진다. 대부분의 엄마가 처음 분유를 선택할 때도 특별한 기준이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이다. 분유업체의 마케팅 지원을 받은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이 추천하는 대로 먹였기 때문에 특정 분유를 고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김 씨도 산부인과에서 퇴원하면서 B사 분유(800g) 2통을 선물로 받아 아이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국내 분유시장은 남양유업 매일유업 일동후디스 파스퇴르 등 4개 업체가 98.5%(2009년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차지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약 50%, 매일유업이 25% 정도로 두 회사 제품이 전체 판매량의 75%가량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한 스푼 마케팅’ 외에도 분유업계는 엄마들에게 선택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우선 육아 사이트를 개설하고 출산육아교실을 운영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남양유업의 ‘임신육아교실’은 연간 300회 이상 열리며 15만 명이 참석한다. 매일유업도 ‘매일 예비맘 스쿨’을 개최하고 있다. 업계는 예비 엄마들에게 ‘기저귀, 물티슈, 아기 목욕 샴푸, 분유’ 등 샘플을 줄 뿐 아니라 유모차 등을 경품으로 내놓을 정도로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마트에 상주하는 분유업체 직원들은 엄마에게 은밀히 접근해 아기 과자 등을 선물로 주며 분유 갈아타기를 권유한다.
아기의 첫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도 치열하다. 첫 분유로 선정되는 게 향후 매출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출혈을 무릅쓰고라도 1단계 분유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한다. 이 때문에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을 상대로 분유를 독점 공급하기 위해 로비를 벌이다가 적발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