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방, 에드워드 호퍼, 1931년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외로움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낯선 호텔방의 침대에 혼자 앉아 여자는 편지를 읽고 있다.
우리는 그림 속 여자의 나이나 직업, 호텔방에서 편지를 읽고 있는 사연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다만 바닥에 벗어던진 하이힐, 서랍장 위의 모자, 소파에 놓인 겉옷으로 보아 도시의 세련된 여성일 것이란 짐작을 하게 한다.
호퍼는 외로움의 언어로 여자의 고독을 보여준다. 벽면과 실내가구의 수직선과 수평선이 만들어낸 밀폐된 사각형 안에 여자는 홀로 갇혀 있다. 심리적으로 고립되었다는 뜻이다. 사선으로 배치된 침대 역시 차갑게 느껴진다.
침대 시트와 편지의 조명은 가장 밝은 반면 여자의 얼굴과 침대 밑은 가장 어둡다. 빛과 어둠을 강렬하게 대비시킴으로써 편지를 읽고 여자가 상처를 받았음을 강조한다. 미처 짐을 풀지 못한 여행 가방은 머무를 곳이 없는 떠도는 인생을 의미한다.
미국의 시인 마크 스트랜드는 호퍼의 그림을 이렇게 해석한다.
‘그림 속 사람들은 배역으로부터 버림받은 등장인물처럼, 기다림의 공간 속에 홀로 갇힌 존재들이다. 그들에겐 특별히 가야 할 곳도, 미래도 없다.’
그 해답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마음’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유와 독립, 자신의 자아로 가득 찬 시대에 태어난 대가로 모두 이런 외로움을 맛보는 것이네.’
이명옥 사립미술관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