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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제철] 청도 한재 미나리, 삼겹살에 돌돌… 한 입에 ‘아삭’

입력 | 2013-03-05 03:00:00


아삭아삭 씹히며 입 안 가득 봄 향기를 전하는 한재 미나리. 봄을 대표하는 별미로 꼽히는 한재 미나리는 3, 4월이 제철이다. 동아일보DB

한재마을(경북 청도군 청도읍 평양리)은 요즘 전국에서 몰려드는 차량들로 북적인다. 1∼3일 연휴 때는 한재치안센터(초현리)부터 마을 방향 편도 1차로 약 6km 구간이 주차장을 방불케 했을 정도다. 매년 3월이면 이 작은 시골 마을이 시끄러운 이유는 바로 명품 ‘한재 미나리’를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미식가들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 한재마을을 찾은 전기영 씨(42·울산 남구 옥동)는 “아삭아삭 씹히는 생미나리는 입안 가득 봄 향기를 전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한재마을은 청도읍 남서쪽 화악산(932m)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평양1·2리와 음지리, 상리 등 4개 마을을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120여 농가가 설치한 비닐하우스(75ha·약 22만 평) 안에는 푸른색 미나리로 가득하다. 생산량의 약 70%는 현장에서 팔리고 택배 주문은 2, 3일씩 밀릴 정도로 인기다. kg당 9000원으로 다른 지역 미나리보다 1000원 이상 비싸지만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연간 약 1100t을 생산해 80억 원의 수익을 올리는 한재마을의 ‘효자상품’이다.

한재 미나리는 3, 4월이 줄기가 굵고 꽉 차 가장 맛있다. 질감이 연하고 은은한 향이 오래간다. 올리고당이 있는 마디를 씹으면 단맛이 난다. 봄을 대표하는 별미로 꼽는 이유다. 2월부터 수확할 수 있지만 잎과 줄기가 작아 상품성이 낮다. 5월이 되면 질겨져 식감이 떨어진다.

미나리는 뜨겁고 기름진 삼겹살과 궁합이 맞는다. 물에 씻은 미나리의 아삭한 맛에 쫄깃한 삼겹살이 조화를 이룬다. 한재마을 주민들은 미나리 줄기와 잎을 삼겹살에 돌돌 말아 함께 먹는다.

한재 미나리 맛의 비결은 재배 환경에 있다. 이 지역 미나리 밭은 항상 물이 차 있지만 배수도 잘된다. 황토와 마사토, 자갈이 여러 층으로 형성된 토양은 저녁에 물을 대면 하루 사이에 지하로 빠져 나간다. 하루 단위로 물갈이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일교차가 큰 이 지역 날씨도 미나리를 재배하기에 적합하다.

미나리가 ‘구정물에서 자라고 거머리가 붙어 있는 야채’라는 인식을 벗은 것은 1995년부터. 재배시설을 현대화하고 친환경 인증까지 받으며 전국적으로 이름이 났다. 미나리는 칼슘이 많아 관절염과 신경통에 효과가 있고 몸속에 쌓인 독소를 빼내는 해독 기능도 갖췄다. 수분이 70%나 돼 건조한 봄철 피부 관리에 도움이 된다.

한재마을은 미나리의 기능을 활용한 한재 미나리 클러스터(집적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박이준 한재미나리영농조합법인 대표(62)는 “6월까지 30억 원을 들여 생산 공장을 짓고 숙취해소 음료와 화장품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반시(감), 복숭아와 함께 미나리를 청도 3대 특산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청도=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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