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4일 월요일 맑음. 잘못된 백업. #48 Taylor Swift featuring The Civil Wars ‘Safe&Sound’(2012년)
영화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의 캣니스.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탄제니퍼로런스가연기했다.잘했다. 동아일보DB
어찌된 건지 컴퓨터에 저장해둔 사진까지 다 날아갔다. 그 회사의 한국지사 서비스 콜센터는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에러 이전 백업 파일이 없으면 도와줄 수 없다. 안타깝다”고 했다. 클라우드에 백업해 둘 것을.
사람들은 적고 기억하고 확인한다. 계약서를 쓰고 결혼을 하고 보험을 든다. 백업 파일이 날아가 ‘0’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탓일까. 가끔 내 삶이 사회의 속 빈 폴더와 동기화돼 버릴까 두렵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도 무서운 미래를 다뤘다. 거대 국가 판엠에서 열리는 도륙의 올림픽 얘기다. 12개 구역에서 무작위 추첨된 12∼18세 청소년 24명은 한 명의 생존자만 남을 때까지 서로 죽여야 한다. 그 과정은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전국에 생중계된다.
이 영화의 주제곡 ‘세이프 앤드 사운드’가 지난달 그래미 어워즈에서 ‘영상매체를 위해 쓰인 최고의 노래’상을 받았다. ‘21세기 팝 요정’ 테일러 스위프트가 부른 곡 중 단연 최고다. 함께 곡을 만들고 노래한 포크 듀오 ‘시빌 워스’의 남녀 멤버는 우연히 작곡 캠프에서 만나 의기투합해 결성됐다. ‘12구역’ 대표로 헝거게임에 참여한 캣니스와 피타를 은유하는 듯하다. 팀명이 ‘내전’을 뜻한다는 점에서도 시빌 워스는 영화와 묘하게 겹친다. 그들과 스위프트의 3화음이 얽혀들며 고조되는 후반부는 이 노래의 백미다.
세상 모든 발라드는 살벌한 세계를 위한 자장가일지도 모른다. 서버에 뇌를 맡기는 순간, ‘0’의 동기화를 감수해야 한다. 아버지. 활을 드세요. 서버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