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돌연 사퇴 모두가 깜짝5일 오전 美로 출국할듯… 미국 교민들 “안타깝다”
4일 오전 9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정론관 브리핑룸에 들어섰다. 장관 후보자가 국회를 찾는 게 이례적이긴 했지만 기자들은 대체로 정부조직 개편 협상의 최대 쟁점 부처 예비수장으로서 직접 정치권에 호소하러 왔을 거라 여겼다. 회견 전 그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들고 온 아이패드를 넘겨보기도 했다. 그만큼 그의 사퇴 발표는 전격적이었다.
새누리당 ‘과학통’인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국회 과학기술혁신포럼 회장 자격으로 왔고, 김 후보자가 하고 싶다는 얘기가 있다고 해서 안내했다”며 그를 소개했다. 정론관에선 국회의원을 통해야만 기자회견을 열 수 있다. 단상에 선 김 후보자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뗀 뒤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얼굴은 담담했지만 그는 “저의 꿈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모든 것이 무너져 버렸다” 등 강한 표현을 사용해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배석한 서 위원장은 놀랐다. 이날 오전 8시 김 후보자로부터 전화로 “국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는 말과 함께 회견 주선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여야에 대한 호소일 줄로만 알았지 사퇴 얘기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몰랐다. 김 후보자가 사퇴의 변을 읽고 있던 시간 황우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부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모두발언 중이었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팀에서 함께 일했던 교육과학기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직원들도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최근 창조경제 정책 구상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장관직 준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국회 정론관에 도착해서야 직원들에게 전화해 기자회견 사실을 알렸다.
김 후보자는 당초 연휴인 1∼3일 청문회 예행연습을 할 예정이었지만 “그런 것 하지 말고 창조경제를 준비하자”고 제안해 일정도 바꿨다. 첫날인 1일에는 오후 10시가 넘도록 장시간 토론을 주재했다. 청문회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제기됐던 미국 중앙정보국(CIA) 자문위원회 경력 등에 대해선 고민을 내비친 적도 없었다고 한다.
김 후보자의 활약을 기대했던 미국 교민들은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이번 사건이 해외 거주 한인의 모국 기여에 대한 제도와 문화 개선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함윤석 재미 변호사는 “한국 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나머지 이를 견디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후보자가 한국을 잘 몰랐고 한국 정치에 대해 순진한 생각을 가졌던 결과라는 것이다.
홍수영·김용석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