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앙된 담화 왜 나왔나
“그렇게 격앙된 모습은 처음 본다.”
청와대 참모들은 4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며 이렇게 입을 모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과거 그 어떤 기자회견 때보다 굳은 표정이었다. 한 문장을 마칠 때마다 입술을 다부지게 꽉 다물기도 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춘추관을 찾아 대국민 담화를 했다. 당초 본관에서 방송사 한 곳만 불러 담화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직접 춘추관을 찾는 것으로 결정됐다.
좀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박 대통령이 이날 전 국민이 보는 TV 생중계로 현 정국 상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밝힌 이유는 복합적이라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설명이다.
담화의 톤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핵심 참모는 “박 대통령의 어조가 그토록 강경해진 데는 김 후보자의 사퇴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또 김 후보자의 사퇴 의사를 보고받은 시점이 전날 오후였으며 담화 결정 자체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전날 김 후보자의 사퇴 의사를 접하고 수차례 간곡하게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끝까지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자 현 정치 상황에 대한 불만과 김 후보자에 대한 섭섭함 및 안타까움 등이 한꺼번에 밀려왔다는 것.
일각에서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통과를 위한 여론을 선점하기 위해 김 후보자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데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0.0001%도 가능성이 없다. 박 대통령이 얼마나 말렸는지 알면 그런 이야기를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