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만 SM대표 모교 서울대 입학식서 도발적 축사
4일 서울대 입학식이 한창인 관악캠퍼스 체육관. 몸에 딱 붙는 검은색 정장에 뿔테 안경을 쓴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61·사진)가 ‘발칙한’ 질문을 던졌다. 대학 합격에 안주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당부였다. 후배들은 선배의 ‘도발’에 환호로 답했다. 이 대표는 서울대 농공학과 71학번으로 가수와 방송진행자, 연예기획자로 활약하며 ‘한류 열풍’을 주도했다.
‘우리의 적(敵)은 목표가 너무 높아서 못 이루는 게 아니라 목표가 너무 낮아 쉽게 이뤄 버리는 것이다.’ 이 대표가 인용한 미켈란젤로의 명언이다. 그는 “난 우리 음악의 해외 진출을 처음 추진한 1997년부터 문화의 힘을 믿었다. 한류로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가 브랜드까지 드높이겠다는 꿈은 현실이 됐다”며 목표를 높게 가지라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미래의 리더라면 자기 분야에서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사회적 책임”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내가 해외 진출을 추진할 때만 해도 모두가 미국이나 영국처럼 경제가 성장하면 문화가 뒤따라 발전한다고 믿었다”며 “하지만 난 반대로 ‘문화가 먼저고 경제가 나중(Culture first, Economy next)’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한류가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면서 미국이나 영국과 다른 방식으로 ‘코리아 브랜드’를 만들어냈다”고 자부했다.
이 대표는 신입생들이 높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가져야 할 덕목으로 ‘오기’를 꼽았다. 그는 “1969년 팝가수 클리프 리처드 내한공연에 소녀 팬들이 몰렸을 때 충격을 받았다”며 “그 이후 한국에서 홍콩 천추샤(陳秋霞)가 부른 ‘원 서머 나이트’, 필리핀 노래 ‘아나크’ 같은 아시아 음악도 인기를 끌었다. 반면에 우리 음악은 해외에서 인기가 없었다. 이때 생긴 오기가 1997년 SM의 해외 진출 추진으로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2011년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열린 SM 가수들의 합동공연을 지켜보며 무대 뒤에서 홀로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필리핀 교도소의 수감자들이 그룹 슈퍼주니어의 노래 ‘쏘리쏘리’에 맞춰 춤추는 동영상을 봤다는 이야기를 하며 그 안무를 즉석에서 보여주기도 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