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미래부 못 물러서”… 문희상 “입법부 무시”朴내각 핵심 김종훈, 정치권 비판하며 사퇴청와대-민주 극한 대치로 타협 가능성 축소
단호한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야말로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최고의 가치”라고 말하면서 이 말을 특별히 강조하려는 듯 검지를 들어보였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여권과 야당이 국민을 볼모로 ‘배수진의 정치’를 펴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 인선의 화룡점정으로 꼽힌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전격 사퇴했다. ‘대한민국은 인재도 잃고, 정치도 잃었다’는 말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서 “(미래부 신설은) 저의 신념이자 국정철학이고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라며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미래부 기능과 역할에 대해 야당과 타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지 1시간 반 뒤 이번에는 문 비대위원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 비대위원장은 “청와대의 최근 행태는 야당을 무시하고 여당조차 무시하고 있다. 입법부를 시녀화하려는 시도”라며 “여야가 한참 장기를 두고 있는데 훈수를 두던 대통령이 장기판을 엎으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태도를 ‘오만과 독선의 일방통행’이라고 비난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국민’을 앞세웠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피해’를, 문 비대위원장은 ‘국민의 동의’를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강 대 강’의 비타협 정치 속에서 민생은 설 자리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발등의 불은 수출경쟁력이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정부조직 개편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어 사실상 업무에서 손을 놓은 상태다. 그 사이 올 1, 2월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6%에 그쳤다. 내치(內治)도 구멍투성이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한 뒤 헌재소장 공백 기간은 43일째다. 검찰총장 권한대행 체제도 석 달 가까이 지속돼 ‘사정(司正) 공백’ 상태다.
이재명·이상훈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