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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선 ‘마약’이 고가의 결혼식 축의금이라고?

입력 | 2013-03-05 23:59:00


북한 고위층에서는 요즘 '얼음'이 인기다. 결혼식 축의금으로 대신 내기도 하고 더 높은 분에게 뇌물로도 건넨다. 도대체 얼음이 뭐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북한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북한에서 '얼음'은 필로폰을 가리키는 은어다. 당연히 불법이다. 특히 김정은 체제 출범 후 마약 제조와 유통을 강력히 단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 마약이 귀한 선물로 인기를 모으는 가장 큰 이유는 마약이 특정 질병을 낫게 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 때문.

한 북한 주민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노동당 간부의 딸 결혼식에서 하객이 흰 종이에 싼 마약을 축의금으로 건네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간부들은 마약을 암암리에 뇌물처럼 주고받는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서는 마약이 뇌졸중, 심장병 등 심혈관계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 팽배하다. 뇌졸중 증상을 보이던 사람이 마약을 투약한 뒤 회복됐다거나, 마약의 연기를 마시면 혈관이 확장돼 심혈관계 질환에 특효가 있다는 등 근거 없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일반적으로 북한에서 유통되는 마약은 '필로폰(히로뽕)'이라고 불리는 '메스암페타민'. 이 마약은 1990년대 말부터 은밀히 퍼지다가 최근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는 마약 1그램당 가격이 인민폐 100위안(한화 약 1만 8000원)이 넘는다. 이는 북한에서 쌀 20킬로그램을 구매할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렇다보니 더욱 소수만이 누리는 특권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

이러한 이유로 일부 간부들은 '비싼 얼음'을 비상시 구급약으로 쓰기위해 안방에 꽁꽁 숨겨두고 있다고 한다.

백주희 동아닷컴 기자 ju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