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협, 벤치마킹 대상이던 일본 全農 앞질렀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새 농협 출범 당시 “국가와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다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협동조합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최 회장과 농협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농업인의 날’ 행사를 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공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는 지난해 3월 신용사업과 분리돼 새롭게 출범한 농협의 경제사업 글로벌 경쟁력을 진단해 보고자 최근 5주간에 걸쳐 평가를 실시했다. 평가 대상은 해당 국가의 종합적인 농업 경쟁력을 토대로 상위 20개 국가를 1차 선정한 후 △농지 면적 △농산물 생산량 △농산물 수출액 등을 기준으로 다시 10개 국가로 압축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호주, 중국, 캐나다 등 농업 규모가 큰 국가의 단체는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다.
○ 한국 농협, 생산지원 최상위권
한국 농협은 지역사회 지원과 교육, 구매 및 저장, 품질과 질병관리 등 ‘생산지원’ 부문에서 세계적인 단체들에 뒤지지 않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조합원에 대한 교육지원 사업은 다른 국가와 차별화된 특성으로 한국 농협이 지역사회의 ‘커뮤니티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국내 일각에선 농협의 경제사업 부문 적자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는 지역과 조합원을 위한 공익적 성격의 다양한 지원 사업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1961년 출범한 한국 농협은 전국 245만여 명의 조합원과 1165개의 단위조합으로 이뤄진 국내 최대 농업생산자단체다. 업무의 양대 축인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3월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분리했다.
○ 일본 앞지른 한국 농협
그동안 일본 농협은 한국 농협이 줄곧 ‘벤치마킹’한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과 일본 농협의 뒤바뀐 경쟁력 현주소가 그대로 나타났다. 한국 농협은 4개 평가 부문 중 판매·마케팅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3개 분야에서 일본 농협에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생산지원 부문에서는 일본 농협에 비해 상당한 비교우위를 보였다.
직영매장과 NH쇼핑, 홈쇼핑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산지 직거래 제품 소비자 유통 시스템도 일본 농협이 갖추지 못한 비교우위 경쟁력으로 꼽혔다. 내년 농협식품 출범과 함께 전국 단위의 통합된 물류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하면 유통 경쟁력도 한층 제고될 것으로 분석됐다.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 농협은 최근 지역 농협, 연합회 간 활발한 인수합병으로 재도약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덴마크 각 분야 최고 수준
생산지원 부문은 △조합원 및 농민 지원 예산 투자 △조합원 기술, 복지 발전 교육기관 또는 프로그램 운영 △품목별 구매 및 저장 규모 △구매 및 저장 관리 프로세스 선진화 수준 △질병 및 품질관리 글로벌 기준 충족 여부 △질병 및 품질 관리 국가 표준 프로세스 운영 여부 등으로 평가했다. 이 부문에서 한국은 덴마크, 스페인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판매·마케팅 분야는 △브랜드 인지도 △글로벌 고유 브랜드 개수 △브랜드 및 마케팅 전담 조직 △제품 구성 다각화 수준 △매출 규모 및 해외 매출 비중 △매출 증가 수준 등으로 평가했다. 한국 농협은 이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았다.
송기영 ADL 이사는 “종합적으로 한국 농협이 세계적인 농업생산자단체나 기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하지만 글로벌 경쟁 가속화에 대비해 농협중앙회 중심의 전문화, 통합화된 유통 인프라 구축과 체계적인 브랜드 관리 및 마케팅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