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아틀라스(위),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아래)
아, 이 얼마나 멋진 영화평이란 말인가.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1월 개봉)를 연출한 미국 워쇼스키 남매(원래 형제였으나 ‘형’이 성전환을 하면서 ‘누나’가 되었다) 감독이 기대했던 평가는 아마 이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알고 보면 놀라울 만큼 별 볼일 없다. ‘연결되되 연결되지 않은 이야기’라니, 정말 짜증 제대로 난다. 생각해 보라. ‘예쁘되 예쁘지 않은 여자’, ‘털이 많되 털이 많지 않은 남자’, 이 얼마나 속 뒤집어지는 얘기냔 말이다.
‘철학적’이란 외피를 두르고 논리와 비논리를 섞으며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이야기를 하면서 있어 보이는 체하는 이런 영화야말로 철 지난 지적 유희가 아닐까. 워쇼스키 남매 감독의 상상력은 ‘매트릭스’ 1편(1999년)으로 밑천이 다 드러난 것만 같다. 할 말 떨어진 예술가는 입 다무는 게 도리다.
물론 나도 전기요금과 세금 내면서 즐거워하진 않는다. 국민연금 내면서도 ‘낸 만큼 나중에 본전 뽑을 수 있을까’ 걱정도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세상의 화두는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모두의 행복’이다. 내가 낸 연금과 세금이 응달 속에 사는 이웃들에게 보탬이 된다는 믿음이야말로 진보사회를 위한 가장 소중한 마음의 자산이다.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자유를 향한 인간의 갈망을 지나치게 도발적으로 담았기 때문이 아니다. 메시지 자체가 요즘 관객들로선 공감하기 힘든 ‘쌍팔년도’ 올드 스타일인 탓이다.
별것 아닌 줄 알았는데 의외로 깊은 생각거리를 던지는 영화도 있다. 매력적인 중년 여배우 헬렌 헌트가 전신을 파격적으로 노출하는 영화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1월 개봉)이 그것이다.
영화 속 그녀는 섹스 세러피스트. 멋지고 가정적인 남자의 사랑스러운 아내이며, 10대 아들을 둔 어머니다. 그녀가 어느 날 오로지 얼굴 근육만 움직일 수 있는 전신마비 장애인 마크의 섹스 재활을 돕기 위해 나선다. 평생 섹스를 못해 본 채 자괴감에 빠져 살아온 마크의 의뢰로 총 6회의 ‘세션’에 걸쳐 그를 치유해 주기로 한다. 친절한 섹스 가이드와 함께 그녀는 마크와 섹스를 하면서 마크가 자신감을 되찾도록 ‘힐링’해 준다. 그러나 몸이 가면 마음도 가는 법. 그녀는 마크를 향한 말 못할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고, 남편은 이런 아내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영화를 보고 마음속에 내가 품은 첫 질문. 섹스 세러피스트와 매춘부는 무엇이 같을까? 정답은 ‘섹스 후 돈을 받는다’는 것. 다음은 두 번째로 품은 질문. 그럼 섹스 세러피스트와 매춘부는 무엇이 다를까? 영화에서 그녀가 직접 설명한다. “매춘부는 단골을 잡는 게 목적이지만 난 당신이 미래의 파트너와 성생활을 잘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게 목적이지요.”
후진 영화는 고민을 해결해 주는 영화이고 멋진 영화는 고민을 심어 주는 영화라는 말도 있던데, 이 영화가 유부남들에게 확실한 고민거리를 안겨 준 것만은 분명하다. 아무리 나눔과 힐링의 시대라 해도 사랑하는 아내가 이런 방식으로 나눔과 힐링을 실천한다면 말이다.ㅠㅠ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