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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야크, 소처럼 우직하게…아웃도어 외길 40년을 걸었다

입력 | 2013-03-06 07:00:00

아웃도어 기업 (주)블랙야크가 창립 40주년 만에 연간 매출액 6250억원의 글로벌 명품기업으로 성장했다. 1998년 중국 베이징에 오픈한 블랙야크 1호점(위). 아래는 2011년 슈퍼모델과 함께 패션쇼를 벌이고 있는 강태선회장. 사진제공|블랙야크


■ 블랙야크 창립 40주년의 발자취

1973년 서울종로5가서 ‘동진산악’ 첫 출발
‘자이언트’ 40년 지난 지금도 명품배낭 회자
1991년 야영금지·1997년 IMF 등 위기돌파
토종 브랜드 선구자…“이제 글로벌 넘버원”

“소(야크)처럼 우직하게, 오직 산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국내 대표적인 아웃도어 기업 (주)블랙야크(회장 강태선)가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블랙야크는 5일 창립기념식을 열고 지나온 40년을 자축하는 한편 미래를 향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블랙야크는 해외 유명 브랜드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 아웃도어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로서의 자부심을 지키며 꿋꿋하게 성장을 거듭해왔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6250억원. 올해 목표는 8700억원이다. 이 중 해외 수출만 1050억원을 기대할 정도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성장한 블랙야크지만 그 시작은 성공한 대부분의 기업이 그렇듯 미약하기만 했다.

‘블랙야크’라는 거대한 강의 ‘발원지’는 1973년 강태선 회장이 문을 연 서울 종로5가 10평 남짓한 공장과 3평짜리 매장을 겸한 ‘동진산악’이라는 등산전문점이다.

현재 블랙야크의 형제회사인 동진레저로 맥이 이어지고 있는 ‘동진’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등산의류 및 용품의 대명사로 통했던 이름이다. 당시 등산 좀 즐겼다는 사람치고 동진에서 나온 등산복을 입어보지 않은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1970년대 중반 동진이 만든 ‘자이언트’ 배낭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등산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명품’이었다.

● 세 번의 위기돌파…국내를 넘어 세계 1위를 향해

우리나라 아웃도어사에는 세 번의 큰 위기가 있었다. 1970년대 후반 전국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고 야간 통행금지가 생기면서 등산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 첫 번째 위기였다. 강 회장은 통행금지가 해제된 1981년에 ‘무박산행’이라는 상품을 최초로 내걸고 전국에 등산열풍을 일으키며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강 회장은 “등산인구가 급증해 배낭 비슷하게만 생겨도 팔려나가던 호시절 이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한다.

우리나라 아웃도어 업계는 1990년대 초반 전국 산에서 야영과 취사가 금지되면서 두 번째 위기를 맞게 된다. 마지막 위기는 1997년 IMF 경제위기를 겪으며 찾아왔다. 1990년대 두 번의 위기를 거치며 국내 아웃도어 업체의 70∼80%가 줄줄이 사업을 접고 전업에 나서는 사태가 벌어졌다.

강 회장은 40년간 아웃도어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나 자신이 멍청해서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들처럼 영악하지 못했기에 소처럼 묵묵히 아웃도어 외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물론 위기를 헤쳐 나오기 위해 블랙야크도 변화의 과정을 거쳤다. 등산용품만 고집하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아웃도어 의류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1989년 ‘프로 자이언트’로 브랜드명을 변경한 강 회장은 1995년 블랙야크 브랜드를 내놓으며 등산의 패션시대를 예고했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새겨진 ‘등산복하면 검정색’이란 인식은 당시 블랙야크가 만들어낸 이미지였다.

블랙야크는 2005년 등산업계 최초로 자체 연구소를 설립해 연간 총 매출의 7∼8%를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등 해외 브랜드의 공세에 맞서 우리나라 대표 토종브랜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왔다.

그리고 2013년 3월. 창립 40주년을 맞은 블랙야크는 ‘글로벌 No.1’의 비전수립과 함께 미국, 유럽 등 아웃도어 본고장으로의 진출을 선언하며 다시 한 번 야크의 본성을 깨우고 있다.

명확한 목적이 있는 사람은 가장 험난한 길에서도 앞으로 나아가고, 아무런 목적이 없는 사람은 가장 순탄한 길에서조차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말처럼 블랙야크는 새로운 길을 찾아 다시 등산화 끈을 조이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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