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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학부모-교사는 만족… 학습지원 부족해 사교육 여전

입력 | 2013-03-06 03:00:00

교과부, 전국 157곳 조사
혁신학교에만 예산 편중… 교육 형평성 원칙 어긋나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가 혁신학교 조례안을 놓고 맞서는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가 전문가를 통해 전국의 혁신학교를 평가한 결과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이 여전하고 혁신학교에 예산이 집중 지원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동아일보가 5일 새누리당 박성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교과부의 ‘자율학교 성과분석 연구-혁신학교모형을 중심으로’ 중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혁신학교 운영과 관련된 18개 항목(각 5점 만점)의 평균점수는 3.88점이었다. 이 보고서는 전국 6개 시도(서울 광주 경기 전북 전남 강원)의 혁신학교 354개교 중 운영한 지 2년 이상 된 157개교의 교사 758명과 학부모 5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설문 대상 중 교사 수가 많아 평균점수는 비교적 높았으나 학생들을 위한 학습 지원과 관련해 △사교육비 경감(3.54점) △면학분위기 강화 △학업성취도 향상(이상 3.66점)의 세 가지 항목은 평균점수에도 미치지 못해 만족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설문 대상 학부모의 절반이 넘는 53.1%는 ‘사교육비가 경감됐느냐’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학부모 대상 심층면접에서는 ‘동아리 활동과 체험학습 등을 중심으로 수업하면서 기초학습이 부족해져 학원과 학습지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혁신학교에만 따로 예산이 지원된다는 점이 꼽혔다. 혁신학교에만 예산을 몰아주면서 다른 일반학교는 차별대우한다는 논란이 크다는 지적이었다. 전체 30개 설문 문항 중에서 ‘타 학교와의 형평성’ 항목이 3.00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나 이러한 지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국 혁신학교들은 학교당 평균 1억 원가량의 추가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설문 응답자 중 교사들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움 중심의 교육방법(4.08점) △교직원의 협력적 업무처리(4.07점) △학교만족도(4.00점) 등의 학교 운영과 관련한 항목들에서 평균점수를 웃도는 높은 점수가 나왔다.

연구책임자인 나민주 충북대 교수(교육학과)는 “혁신학교는 교육의 평등원칙에 어긋나고 학업성취도에도 부정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며 “교사 만족도는 높지만 이 같은 문제점을 고려해 혁신학교를 확대하는 데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혁신학교의 성과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함에 따라 한국교육개발원을 통해 이번 연구를 진행해 왔다.

한편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5일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혁신학교 조례안을 심의하지 못했다. 김형태 교육의원이 대표발의한 조례안은 시의회가 ‘혁신학교운영·지원위원회’를 구성해 혁신학교의 지정과 취소, 종합계획 수립 등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조례안이 초중등교육법상 자율학교인 혁신학교의 지정과 운영을 관장하는 교육감의 고유권한을 침해한다고 맞서고 있다. 최홍이 교육위원장은 “의원들과 조례안 상정을 다시 논의하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김도형·신진우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