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높여야 안찍힌다” 단속카메라 보자 150km/h 이상 급가속
[시동 꺼! 반칙운전] 과속단속 피하는 불법번호판
반칙 운전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 가장 불법성이 높은 것이 과속 단속 회피다. 주로 불법 번호판 사용으로 이뤄지는 과속 단속 회피는 고의적으로 과속을 일삼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선택하는 ‘적극 범죄’에 가깝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실제 불법 번호판을 사용해 그 위험 정도를 진단해 봤다.
○ 단속 카메라 앞에서 더 밟는다
이날 연구원 내 실험 도로에서 이뤄진 주행은 불법 번호판이 도로를 달릴 때 실제 경찰 단속에 적발되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시했다. 사용한 번호판은 속칭 ‘꺾기 번호판’으로 경찰 단속 때 압수된 물품이다. 차량이 달리기 시작하면 공기 저항에 따라 번호판이 범퍼 밑으로 꺾이며, 단속 카메라로 촬영해도 번호가 식별되지 않는다. 취재진이 실험을 위해 일반 번호판을 꺾기 번호판으로 바꾸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을 만큼 설치도 간단했다.
처음 속도는 시속 80km. 실험에 참여한 경찰의 이동식 단속 카메라에는 차량 번호 네 자리가 선명하게 찍혔다. 불법 번호판 단속을 담당하는 김영국 교통안전공단 과장은 “시중에서는 시속 80km 이상이면 번호판이 꺾인다고 하지만 속도를 더 내야 단속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속도를 120km까지 올리는 순간 경찰 카메라가 번호판을 촬영해도 식별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네 자리 번호 중 숫자 ‘8’을 제외한 나머지는 짐작하기 힘들었다. 동행한 경찰 관계자는 “이 정도가 되면 식별 불능으로 분류돼 단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속 카메라가 있는 지역에서 속도를 올리는 차량은 주로 이 같은 꺾기 번호판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차량의 운전자는 단속을 확실히 피하기 위해 브레이크 대신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는다. 시험 차량을 운전한 문덕수 공단 연구원은 “모두가 속도를 줄이는 단속 카메라 앞에서 시속 120km 이상을 유지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살 행위”라며 “운전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사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동영상 = 과속단속 피하는 마법번호판 ‘속도 높여야 안찍혀’
○ 죽음을 부르는 다양한 번호판 꼼수
번호판을 아예 가리는 자동스크린가드(속칭 지미번호판)도 있다. 차량 안에서 버튼을 누르면 검은 천이 내려와 번호판이 가려진다. 처음에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만들었다고 판매했지만 점차 과속 회피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이나 대만에서 들여온 ‘젬머’라는 장치는 단속 카메라를 감지하면 카메라 쪽으로 레이저를 발사해 과속 수치를 ‘0’으로 만든다. 이 밖에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유럽식 반사 스티커, 번호판에 반사물질을 뿌려 야간 단속을 막는 반사 스프레이 등이 대표적인 불법 번호판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번호판을 가리는 것은 범죄 행위로 처벌 대상이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번호판을 식별할 수 없게 하는 행위는 1년 이하 징역, 3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김홍주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장은 “실수라고 해도 번호판을 가리면 처벌 대상”이라며 “모텔 등에서 차량 번호를 가리거나, 불법 장비가 장착된 중고차를 구입한 뒤 이를 떼지 않아도 똑같이 처벌된다”고 설명했다.
○ 단속은 엉금엉금 꼼수는 펄펄
2월 15일 실시한 ‘꺾기 번호판’ 작동 실험에서 차량 속도가 시속 120km를 넘어서자 번호판이 꺾여 단속이 불가능했다. 화성=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한 교통기관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 단속에 나서야 실효성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서동일 기자 jmpark@donga.com
▶ [채널A 영상]“서울서 부산까지 3시간 만에?”…도로의 무법자 ‘칼치기’
▶ [채널A 영상] ‘난폭운전 VS 양보운전’ 손익계산서 살펴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