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2월 임시국회가 어제 회기를 마쳤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상당 기간 국정 공백이 불가피해지고 국민의 걱정이 배가된다”며 대승적 차원의 합의 처리를 요청했으나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끝났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우리 국회가 ‘식물정부 만들기’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며 민주통합당에 책임을 돌렸다. 민주통합당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은 더이상 양보할 게 없다. 오늘이 지난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게 아니다”라며 여유를 보였다. 서로 남 탓만 하고 있다. 세계 어느 민주국가에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주를 넘기고도 장관을 한 명도 임명하지 못한 나라가 있는가.
과거 같았으면 국회의장이 법안을 직권 상정해 다수결로 처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작년 5월 몸싸움을 막기 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직권 상정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여야가 합의하거나 상임위원회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은 법안만 처리가 가능하다. 중요 쟁점법안 처리를 위해 신속처리제를 두긴 했지만 역시 상임위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야당이 반대하면 어떤 법안도 처리할 수 없는 구조다.
반면 민주당은 재적의원 3분의 1의 요구로 가능한 안건조정위 설치를 주장해 지난달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지연시켰다. 지난해 박 대통령을 ‘그년’이라고 말한 이종걸 의원과 정수장학회 관계자의 휴대전화를 도둑촬영한 배재정 의원에 대한 징계 처리를 막으려고 안건조정위 구성을 요구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에 톡톡히 활용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이 국회를 식물로 만든 셈이다. 본란이 작년 국회선진화법 통과 때 “몸싸움을 방지한다는 구실로 소수의 입법 방해가 가능하도록 제도화한 것은 다수결을 원칙으로 하는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그대로다(2012년 5월 3일자).
식물은 물이 부족해지면 살기 위해 더 깊이 뿌리를 내리는 놀라운 적응력을 갖고 있다. 생산성 없는 국회와 정부에는 ‘식물’이라는 말조차 붙이기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