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장혁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교수
휴대전화의 진화는 보급형 액정표시장치(STN-LCD)에서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를 거쳐 아몰레드(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에 이르기까지 디스플레이의 변천사와 맥을 함께한다. 특히 현존하는 최고의 디스플레이로 평가받는 아몰레드의 등장은 화질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스마트폰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했다.
아몰레드의 최강점은 풍부한 색 재현성에 있다. 백라이트(Back Light)라는 간접 광원(光原)을 통해 빛을 내는 LCD와는 달리 발광소자가 직접 빛을 내는 구조로, 자연색에 가까운 색을 표현해 낸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2억130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판매점유율 30.4%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혁신의 아이콘이자 스마트폰 상징으로 여겨졌던 애플 아이폰의 아성을 무너뜨린 것이다. 애플은 점유율 19.4%로 2위로 물러났다. 세계가 삼성 스마트폰에 열광했던 이유 가운데는 아몰레드를 주무기로 삼았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의 아몰레드 탑재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디스플레이 전문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전 세계 모바일용 아몰레드 시장이 매출액 기준으로 2011년 35억 달러, 2012년 64억 달러에 이어 2015년에는 125억 달러로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 전문가들이 아몰레드를 궁극의 디스플레이로 평가하는 것은 LCD 등 기존 디스플레이보다 더 진화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몰레드는 기존의 디스플레이들로는 실현이 불가능한 깨지지 않고 휠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다. 이 ‘플렉서블 아몰레드’가 상용화된다면 정보통신 기기들의 디자인 패러다임은 물론이고 생활의 변화까지 가져올 수 있으니 궁극의 디스플레이라 평가할 만하다.
국내 기업이 지난달 8∼11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2013에서 휘어지고, 접히고, 깨지지 않는 아몰레드 솔루션을 선보여 세상을 놀라게 한 바 있다. 미래 디스플레이가 이제 현실화된 셈이다. 손목에 시계처럼 찰 수 있는 스마트폰, 지갑 크기로 접고 다니다 펼쳐서 사용하는 태블릿PC 등 영화 속 최첨단 기기들을 사용하는 그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