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민 정치부 기자
신 교수는 경제 전문가지만 2007년 대선 경선 패배 이후 차기 대통령의 덕목을 생각하며 세종대왕 연구에 빠졌다. 그가 지난해 펴낸 세종대왕의 리더십을 다룬 책(‘외천본민·畏天本民’)은 박 대통령에게도 전달됐다. 그는 박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지난달 25일, 국가미래연구원 홈페이지에 ‘세종의 소통리더십’이라는 동영상 강의를 올렸다.
박 대통령의 장점으로 원칙과 신뢰가 떠오른다면 약점 중 첫손으로 ‘불통’이 꼽힌다. 박 대통령의 공부친구인 신 교수의 강의는 시사하는 바가 많아 소개할까 한다.
세종은 신하들의 의견을 들은 뒤 소신을 밀어붙이기도, 설득하기도 했다. 두만강 근처 파저강 유역의 백성들을 괴롭히는 여진족 토벌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대신 30명 중 25명이 “중국도 못 했던 일”이라며 반대했지만 “국방은 여론의 문제가 아니라 왕의 의무”라며 전투를 강행해 대승을 거뒀다. 반면 토지 세금 체계를 바꾸는 ‘공법’은 대신들이 반대하자 17년을 기다리며 끈질기게 설득해 이뤄냈다. 박 대통령이 안보에 있어 단호한 대처로 신뢰를 얻고, 국민들에게 들은 건의를 꼼꼼히 챙기는 점 등 세종의 소통과 비슷한 점도 물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점은 직언을 받아들이는 자세다.
세종 7년, 세종이 전국의 신하들에게 진언을 올리라고 지시했을 때 황희, 변계량 등 신하가 가장 많이 올린 진언이 “임금과 신하의 소통에 문제가 있으니 항상 언로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종은 “아직도 부족하구나” 하고 겸허하게 수용했다고 한다.
반면 박 대통령은 불통 지적을 받으면 “오해가 있을 뿐 나는 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항변해왔다. 주변 참모들이 왕권시대의 대신만큼이나 소통의 필요성을 직언하는지도 의문이다.
동정민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