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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동정민]대통령 공부친구가 들려주는 세종대왕 소통법

입력 | 2013-03-06 03:00:00


동정민 정치부 기자

숙명여대 신세돈 교수는 2008년 박근혜 대통령이 꾸린 ‘공부모임’ 5인방 가운데 한 명이다.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지는 10년이 넘었다.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창립 주축 멤버이고, 대선 때 경제 공약 수립에도 참여했다.

신 교수는 경제 전문가지만 2007년 대선 경선 패배 이후 차기 대통령의 덕목을 생각하며 세종대왕 연구에 빠졌다. 그가 지난해 펴낸 세종대왕의 리더십을 다룬 책(‘외천본민·畏天本民’)은 박 대통령에게도 전달됐다. 그는 박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지난달 25일, 국가미래연구원 홈페이지에 ‘세종의 소통리더십’이라는 동영상 강의를 올렸다.

박 대통령의 장점으로 원칙과 신뢰가 떠오른다면 약점 중 첫손으로 ‘불통’이 꼽힌다. 박 대통령의 공부친구인 신 교수의 강의는 시사하는 바가 많아 소개할까 한다.

신 교수는 “항상 국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설득하고 그래도 반대하면 기다릴 줄 알았던 ‘소통’이 세종 리더십의 핵심”이라고 정리했다. 세종은 백성과 신하에게 길을 물었다. 대신뿐 아니라 군인, 백성, 하급 관리에게 “내가 무엇을 잘못하는지 지적하라” “백성들이 어디가 아픈지, 그걸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지 말하라”고 늘 물었다. 과거시험에 관련 문제를 출제하고 전국에 방을 붙여 의견을 들었다. 세종은 밤새 수천 명의 유생이 올린 글을 다 읽었다고 한다.

세종은 신하들의 의견을 들은 뒤 소신을 밀어붙이기도, 설득하기도 했다. 두만강 근처 파저강 유역의 백성들을 괴롭히는 여진족 토벌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대신 30명 중 25명이 “중국도 못 했던 일”이라며 반대했지만 “국방은 여론의 문제가 아니라 왕의 의무”라며 전투를 강행해 대승을 거뒀다. 반면 토지 세금 체계를 바꾸는 ‘공법’은 대신들이 반대하자 17년을 기다리며 끈질기게 설득해 이뤄냈다. 박 대통령이 안보에 있어 단호한 대처로 신뢰를 얻고, 국민들에게 들은 건의를 꼼꼼히 챙기는 점 등 세종의 소통과 비슷한 점도 물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점은 직언을 받아들이는 자세다.

세종 7년, 세종이 전국의 신하들에게 진언을 올리라고 지시했을 때 황희, 변계량 등 신하가 가장 많이 올린 진언이 “임금과 신하의 소통에 문제가 있으니 항상 언로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종은 “아직도 부족하구나” 하고 겸허하게 수용했다고 한다.

반면 박 대통령은 불통 지적을 받으면 “오해가 있을 뿐 나는 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항변해왔다. 주변 참모들이 왕권시대의 대신만큼이나 소통의 필요성을 직언하는지도 의문이다.

그토록 소통에 신경 쓴 세종에게도 소통이 중요하다는 대신들의 직언이 이어지듯 소통이란 끝이 없다. 한없이 소통하고 설득하는 과정, 그게 바로 리더십이다. 세종은 31년을 집권했기 때문에 한 사안에 대해 17년 동안 신하들을 설득할 시간이 있었다. 집권 기간이 5년뿐인 박 대통령이 주변과의 소통에 더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동정민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