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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담화 지나쳐… 99% 양보한 野에 1%도 못주나”

입력 | 2013-03-06 03:00:00

■ 본보, 민주당 의원 127명 긴급설문… 54명 응답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5일에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했지만 민주통합당 의원 상당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서는 먼저 박근혜 대통령의 양보가 있어야 하며 민주당은 현재의 대여 강경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5일 민주당 의원 54명(전체 127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를 한 결과 87.0%(47명)가 박 대통령의 양보가 전제돼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야당이 일단 합의해주고 나중에 평가하는 게 낫다’는 응답은 3.7%(2명)에 불과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4일)에 대해서는 85.0%(46명)가 “오만과 불통의 리더십을 보여 주는 폭언”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를 정상적으로 출범시키지 못하는 데 대한 답답함의 토로”라는 답변은 5.5%(3명)뿐이었다.

3선인 오제세 의원은 “정치 혁신의 키워드는 제왕적 대통령을 하지 말자는 것인데 국회를 무시하는 박 대통령의 담화를 보니 혁신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영교 의원은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서슬 퍼렇고 독기 어린 경고처럼 들렸다”고 평했다. 현 지도부의 대응 기조에 대해서도 85.0%(46명)가 “야당의 존재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법무비서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은 “민주당이 이미 99%를 양보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1%마저 내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 때도 야당의 반대로 폐지하려던 여성부, 통일부를 살린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타’라고 응답한 이목희, 박민수 의원은 “여야 협상은 박 대통령이 국회에 맡겨 놓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지도부의 리더십에도 대부분(85.2%, 46명)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4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불에 기름을 부은 분위기를 대변한다.

김현미 의원은 “최근 지도부가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우상호 의원은 “지도부가 박근혜 정부 출범 전부터 더 강력하게 대응했어야 했다”고까지 했다. 다만, 유은혜 의원은 “국민의 눈에는 민주당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지도부가 더 적극적으로 ‘발목 잡기가 아니다’라며 대국민 홍보를 한다거나 여당을 집요하게 설득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여야 대표회담 제안을 거부한 당 지도부의 판단에 대해서는 81.4%(44명)가 “잘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상직 의원은 “2005년 6월 노무현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했을 때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하루 전 초청은 예의가 아니다’고 거부했다”며 “박 대통령의 과거 표현을 빌리자면 이번 일은 예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유인태 의원 역시 “대통령이 양보할 뜻이 전혀 없는데 청와대에 가는 것은 바보”라고 했고, 최규성 의원은 “청와대로 불러놓고 강요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 초청 거부는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익표 의원은 “명백한 의전상 실수다. 담당 비서관을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남희·장원재·홍수영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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