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부터 스포츠계에는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다는 얘기가 떠돌았지만 그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2011년 5월 승부조작을 위해 프로축구 선수들을 매수한 브로커 일당이 적발되면서부터다. 고의 실점을 한 골키퍼를 포함해 다양한 포지션의 선수들이 경기 결과를 조작하고 스포츠 복권으로 부당 이득을 챙겼다. 일부 선수는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살하는 비극까지 벌어졌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전·현직 선수 56명은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등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2월에는 프로배구와 프로야구가 승부조작으로 몸살을 앓았다. 프로배구에서는 남자 현직 선수 14명과 여자 현직 선수 2명이 결정적인 순간 엉뚱한 방향으로 스파이크를 하거나 불안정한 리시브를 하는 방식으로 상대에게 점수를 내주며 18경기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승부조작의 대가로 브로커에게 경기당 150만∼500만 원을 받았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기소가 확정된 11명의 선수를 영구 제명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승부조작에 선수들이 상당수 연루된 상무는 프로배구에서 자진 퇴장했다.
4대 프로스포츠 중 유일하게 ‘청정 지역’으로 불렸던 프로농구마저 승부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팬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누리꾼 ‘j831****’은 “그동안 스포츠를 보며 힘을 얻었는데 이제 4대 스포츠 중 어떤 경기를 봐도 웃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