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대북매체 ‘北지도부의 광적인 농구사랑’ 보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지난달 전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을 만나기 전인 1997년 파리에서 열린 시카고불스 친선경기 때 이미 한 차례 본 적이 있다. 또 미국은 같은 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4자회담에서 북한에 ‘농구선수 이명훈의 NBA 진출을 허용할 테니 핵 개발을 양보하라’는 협상 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로드먼의 ‘농구 외교’가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네이트 세이어 전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 기자는 미국의 북한 담당 관리, 스포츠 에이전트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북한 지도부의 광적인 미국 농구 사랑을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에 4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NK뉴스에 따르면 6자회담에 자주 등장하는 이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은 NBA 역사와 통계, 심지어 NBA 선수들의 별명까지 줄줄 외우는 ‘광 팬’인 것으로 밝혀졌다. 1991년 조지워싱턴대 콘퍼런스에 참석했던 이 국장은 오후 8시가 되자 “하느님 맙소사, 시카고불스 경기할 시간이다. 빨리 TNT(농구 전문 케이블 채널) 틀어라”고 소리치면서 “조용히 해라. 스코티 피핀(시카고 불스 선수)이 부상에서 회복됐는지 봐야 한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주의까지 줬다.
당시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김정일이 직접 나서 장신 센터 이명훈을 NBA에 진출시키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적성국 교역법’을 들어 이명훈의 NBA 진출을 거부했던 미국은 1997년 12월 제네바 4자회담에서 이를 허용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우며 비핵화에 합의하라고 북한에 제의했고 이에 화가 난 김정일은 이명훈을 귀국시켰다.
마이클 조던을 유별나게 좋아했던 북한 지도부는 2001년에 이어 올 1월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와 에릭 슈밋 구글 회장 방북, 지난달 로드먼 방북 때도 조던에게 함께 와 달라고 초청했으나 조던이 모두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4일 로드먼이 ABC방송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오바마 대통령의 전화를 기다린다”고 한 것에 대해 ‘뉴욕 채널’을 가동 중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북한은 외국 스포츠 스타를 접대하기보다 주민 삶의 질이나 신경 쓰라”고 비판했다. 로드먼은 ABC 인터뷰 내용이 논란이 되자 NBC, CNN, ESPN 등과의 후속 인터뷰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워싱턴=정미경·베이징=고기정 특파원 mickey@donga.com
▲ 동영상 = 北 김정은, 데니스 로드맨과 농구 경기 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