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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종훈 “사퇴쇼? 아내가 울고 있다”

입력 | 2013-03-06 03:00:00

미래창조장관 후보 사퇴前… 朴대통령과 주변에 토로 “가족들 파렴치한 취급받아”





“아내가 (미국으로) 돌아가자며 울고 있습니다. 정말 힘듭니다.”

4일 사퇴한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사진)는 3일 오후 자신의 사퇴 결심을 전하며 강하게 만류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내가 밟혀 (미래부와 새 정부가) 힘을 받는다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다”며 “다른 좋은 사람이 와서 미래부를 이끌었으면 좋겠다”는 뜻도 전달했다.

동아일보는 5일 김 전 후보자의 손위 처남인 정크리스토퍼영 회장이 운영하는 키스톤글로벌의 핵심 관계자 A 씨를 만나 김 전 후보자의 전격 사퇴 후 심경과 행적을 전해 들었다. 김 전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뒤 정 회장과 2, 3일에 한 번꼴로 만나 신변 문제를 상의했다. 사퇴 발표 직후에도 정 회장과 3시간 가까이 점심 식사를 하며 고충을 털어놓고 조언을 들었다. A 씨는 이날을 포함해 대부분의 자리에 배석했다.

A 씨는 “김 전 후보자가 사퇴한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이 깨질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후보자가 된 이후 갖가지 의혹이 불거지자 김 전 후보자는 정 회장에게 여러 차례 “(각종 루머 때문에) 가족이 파렴치한 취급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전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은 정치권의 발목잡기 공세 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가족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괴로워했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A 씨는 “사퇴 기자회견 직후 점심 식사 자리에서 김 전 후보자는 답답한 심정을 억누르지 못해 여러 번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김 전 후보자가 사퇴를 최종 결심한 것은 2일 저녁이다. 하루 전에도 그는 밤늦게까지 교육과학기술부, 방송통신위원회 공무원들과 창조경제 정책을 구상하며 열의를 불태웠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했다.

일부 매체에 김 전 후보자의 부인이 소유한 건물에 성매매 업소가 있다는 기사가 실린 것이 결정타였다. 이를 보고 충격받은 두 딸이 울면서 “이게 정말이냐”고 물은 것이다. 김 전 후보자는 “다른 업체에 관리를 맡겨 우리는 어떤 업소가 입주해 있는지 잘 모르는데도 사람들은 마치 우리가 성매매나 조장하는 나쁜 사람처럼 몰고 갔다”고 털어놨다.
▼ “이상하게 보고 뒷말 많고… 설 자리 없었다” ▼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빌딩. 이 건물 지하에 세 들어 있는 유흥업소 때문에 김 전 후보자와 가족은 ‘성매매 조장’ 논란에 시달렸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창업한 회사에 큰딸의 이름을 넣을 만큼 각별한 가족사랑을 과시했던 그로서는 이러한 논란을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아내가 ‘무엇 하러 이런 수모 겪으면서까지 한국에 있느냐. 그냥 돌아가자’고 수차례 설득했다”고 정 회장에게 말했다.

스파이 논란에 대해서도 억울해했다. 김 전 후보자는 “만약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중요한 일을 맡았다면 미국이 나를 놓아주려 했겠느냐”며 “설령 내가 고급 정보를 갖고 있었더라도 그 정보를 한국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을 스파이로만 몰아갔다”고 어이없어 했다. 그는 “(정부) 내부에서도 (나를) 이상하게 보는 눈이 있어서 힘들었다”며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자리에서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만 같았다. 수장이라고 불러 놓고는 말만 많고, 내 설 자리는 없는 것만 같았다”고 하소연했다.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빌딩. 이 건물 지하에 세 들어 있는 유흥업소 때문에 김 전 후보자와 가족은 ‘성매매 조장’ 논란에 시달렸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미래부 업무를 놓고 여야가 논쟁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외신이 다 지켜보고 있는데 정부가 방송을 장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만 같다”며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수년 동안 아이디어를 모아 뒀던 수첩들을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들춰 보면서 ‘뭘 할까, 어떻게 해볼까’ 생각하느라 참 설렜는데, 이것도 전부 소용없게 됐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A 씨는 김 전 후보자가 장관직을 제안받은 뒤 미국 측으로부터 국적 변경에 문제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국적포기세 등 세금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납부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돈에 대한 미련이 없다는 얘기도 했다. 국적이나 세금 문제 때문에 장관직을 포기했다는 사람들의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정 회장은 국내에 지인이 거의 없는 김 전 후보자의 유일한 상담 상대였다. 하루 10번가량 통화하며 상담할 정도로 많이 의지했다고 한다. 정 회장은 그때마다 “한국 분위기가 미국과 좀 다르다. 예상치 못한 데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너무 신경 쓰거나 상심하지 말라”고 다독였다.

김 전 후보자는 4일 정 회장을 만난 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처제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정 회장은 사퇴 발표 바로 다음 날 출국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말렸지만 한국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워낙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후보자의 부인은 먼저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후보자는 정 회장에게 “당분간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미국에서) 다른 일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벨연구소에서 ‘일이 잘 안 풀리면 돌아오라’고 했지만 그쪽에도 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 사퇴를 ‘쇼’라고 해석하는 시선에 대해서는 “쇼할 만큼의 여유도 없다. 나중에 책을 남긴다면 이번 사퇴를 ‘정치적 쇼’라고 보는 시선에 대한 억울함을 꼭 밝히겠다”고 했다.

인터뷰를 허락한 A 씨는 기자에게 “김 전 후보자와 나눈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며 “김 전 후보자에 관한 의혹들을 꼭 풀어 달라”고 당부했다.

박창규·김용석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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