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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일 한 노숙자, 가족 찾고 기부금 1억9000만원 ‘황재’

입력 | 2013-03-06 15:55:00


자신의 동냥 그릇에 떨어진 약혼반지를 주인에게 돌려준 착한 미국 노숙자가 결국 2억원에 가까운 기부금을 받고 인생 역전하게 됐다.

5일(현지시간) 미국 NBC뉴스와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 노숙자 빌리 레이 해리스를 돕는 인터넷 캠페인에 17만5달러(한화 약 1억 9000만원)이 모였다고 보도했다. 다리 밑에서 잠을 청하던 해리스는 이 돈으로 새집을 살 수 있게 됐다.

지난달 초 사라 달링은 잃어버렸던 자신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돌려준 노숙자 해리스에게 보답하기 위해 그의 재활을 돕는 모금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당시 달링은 해리스에게 지갑에 있던 잔돈을 주려다 실수로 반지까지 동냥 그릇에 떨어뜨렸다. 반지가 없어진 것을 안 달링은 해리스를 찾아가 "실수로 소중한 것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혹시 반지였느냐?"고 묻고는 망설임 없이 반지를 돌려주었다.

이같은 미담이 전해지면서 달링 부부가 개설한 모금 웹 사이트에는 지금까지 7500명이 동참해 총 17만5000달러의 성금이 모였다. 해리스가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가 실천한 '정직'이라는 마법이 동냥 그릇을 새 집으로 변하게 한 것이다.

달링의 남편은 "이것은 기적"이라며 "처음에는 다이아몬드 반지 값어치 정도의 액수를 예상했는데, 미칠 듯 기쁘다"라고 KCTV에 말했다.

해리스에겐 기쁜 일이 하나 더 생겼다. NBC뉴스에 따르면 16년 전 헤어졌던 가족과 재회하게 된 것. 해리스의 여동생 로빈이 오빠의 기사를 보고 지역 언론사에 연락해왔다.

로빈은 "고개를 돌려 TV에서 그의 이름과 사진을 본 순간, 나는 그가 16년간 찾아 헤매던 우리 오빠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NBC뉴스에 말했다. 로빈은 여전히 텍사스 고향마을에 살고 있었다. 수년간 해리스를 찾아다녔던 로빈은 그가 어딘가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해리스의 기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는 언젠가부터 가족을 떠올리는 것도 그만뒀다고 한다. 가족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로 믿었기 때문. 그는 "가족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려서 그들을 찾는 걸 포기했었다"고 전했다.

현재 해리스는 지역 재즈 밴드의 일원으로 활동 중이며 밴드 일원 중 한 명의 집 지하에서 생활하고 있다. 해리스는 기부금을 받으면 고향 텍사스로 돌아가 아파트를 사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함께 살 예정이다. 로빈은 "오빠가 그 돈으로 우리까지 도울 건 없다"며 "집으로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족하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