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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암컷까지 마구잡이 포획… 동해안 대게 씨 마른다

입력 | 2013-03-07 03:00:00

암컷-어린 대게 불법 유통 올해 들어서만 18건 적발
어획량 4년새 절반 줄어… 해경, 단속-처벌 강화 나서




대게 철을 노린 암컷 대게 불법 유통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포항시가 지난달 북구 동빈동의 한 식당을 단속한 현장에서 나온 암컷 대게. 포항시 제공

암컷 대게(일명 빵게)의 불법 어획과 유통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게 철을 맞아 소비가 늘어나면서 암컷뿐 아니라 어린 대게까지 마구 잡고 있는 것.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지난해 12월부터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범죄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져 제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경북 포항해양경찰서는 5일 어획이 금지된 암컷 및 어린 대게(등딱지 지름 9cm 미만)를 불법 유통시키려고 한 혐의(수산자원관리법 위반)로 박모 씨 등 2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이들은 포항 북구의 한 창고에 수족관을 숨겨놓고 암컷 대게 185마리, 어린 대게 880마리 등 1065마리를 보관하다 적발됐다. 불법 유통업자로부터 암컷 대게를 넘겨받아 택배로 전국에 유통시키려다 단속됐다.

포항시도 최근 북구 동빈동의 한 식당에서 주인 김모 씨(40)가 소비자들에게 배송하기 위해 삶거나 산 채로 포장된 암컷 대게를 택배차량에 싣는 현장을 적발했다. 김 씨는 “대게를 시중보다 싸게 먹을 수 있다”며 버젓이 암컷 대게 홍보까지 벌였다. 식당 안 수족관에서는 불법 유통업자로부터 넘겨받은 암컷 및 어린 대게 491마리가 나왔다. 시는 김 씨를 검찰에 고발하고 살아 있는 대게 300여 마리는 바다에 풀어줬다. 포항시 관계자는 “감시와 단속을 강화하지만 은밀히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포항해경은 지난달 포항시 남구 송도동 상가에서 암컷 대게 2700여 마리를 판매하기 위해 보관한 혐의로 한모 씨(35)를 붙잡았다. 1월에는 경산의 한 시골마을 외곽 창고에 수족관과 바닷물을 담은 대형 탱크를 설치하고 암컷 대게 1000여 마리를 불법 보관한 이모 씨(51)가 적발됐다. 이 씨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암컷 대게 20만 마리를 불법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같은 달 영덕군 축산면 앞바다에서 어린 대게 400여 마리를 불법 어획해 육지로 운반하려던 선원 박모 씨(42)와 포항시 남구 구룡포에서 암컷 대게 260마리와 어린 대게 40마리를 보관하던 이모 씨(55)가 경찰에 붙잡혔다.

포항해경이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암컷 대게를 불법 어획하거나 유통시킨 현장을 적발한 것은 18건. 지난해 총 적발 건수가 38건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대게 철에 불법 어획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검거 인원도 20명으로 지난해 53명의 40%에 이른다.

경북 동해안 대게 어획량은 급감하고 있다. 2007년 4800여 t이었지만 2011년 1700여 t으로 4년 새 절반 이상 감소했다. 마리당 평균 5만∼7만 개의 알을 품은 암컷 대게 불법 어획은 대게 씨를 말린다.

수산자원관리법은 암컷 및 어린 대게를 불법 어획하면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이를 유통시키고 판매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빵게와 체장 미달 대게는 유통업자뿐 아니라 구매자도 처벌받는다. 불법 어구를 이용하는 어선을 집중 단속하는 한편으로 유통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수사인력을 보강해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