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년만에 화려한 귀환… 2030 직장인들 몰려
“7년간 지출 계획 세운뒤 가입하세요” 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재형저축 가입 상담을 받고 있다. 이날 첫선을 보인 재형저축은 연 4%대 중반이라는 비교적 높은 금리와 비과세 혜택으로 출시 첫날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판매 시작일인 6일 오전부터 주요 시중은행에는 가입자들이 몰려들었고 전화 문의도 폭증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하루 16개 시중은행을 통해 가입한 재형저축 계좌 수는 15만4000개다.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데다 금융권이 경쟁을 벌이면서 금리 수준이 4%대 중반까지 오른 점이 투자자들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 2시간 만에 1만 명 넘게 가입
다른 은행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 영업부에는 아침부터 재형저축을 문의하는 고객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평상시 고객보다 20∼30% 많았다. 문의 전화도 내내 울렸다. 은행들이 막판 눈치작전으로 전날 금리를 확정하는 바람에 홍보도 제대로 못했지만 고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영업부 관계자는 “직접 와서 상담하는 고객들은 물론이고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며 “오전 중에만 100통 가까이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말했다.
이날 한 은행 창구에서 재형저축에 가입한 회사원 김모 씨(23·여)는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 급여통장을 해당 은행 통장으로 바꾸고, 체크카드도 발급받았다. 김 씨는 “주변에서 돈을 모으기에는 재형저축이 최고라고 해서 첫날 서둘러 가입했다”며 “매달 20만 원씩 꾸준히 저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창구보다 더 붐빈 곳이 있다. 바로 일선 세무서들이다. 재형저축에 가입하려면 제출해야 하는 소득금액증명원을 발급받으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소득확인증명서를 발급하는 국세청의 온라인 신청 사이트 ‘홈택스(www.hometax.go.kr)’는 전날부터 사람들이 몰리면서 이날은 한동안 발급 신청이 되지 않았다. 홈페이지에는 ‘소득확인증명서(재형저축 가입용) 발급 수요가 많아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으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만 떴다.
○ “분산 전략 활용해라”
이날 증권사도 일제히 재형저축 관련 상품을 선보였다. 고수익 상품을 원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관심이 높았다. 4년 뒤 금리가 시중금리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는 재형저축보다 재형저축펀드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문의가 많았다. 각 증권사 지점에는 재형저축과의 차이점을 묻는 전화가 잇따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재형저축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자의 문의가 많다”며 “7년 동안 의무적으로 펀드에 가입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가 많아 아직까지 계약 건수는 적은 편”이라고 밝혔다.
재형저축펀드에 가입한 직장인 황모 씨(30)는 “월 20만 원 정도면 큰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을 것 같아 가입하기로 했다”며 “고정금리인 재형저축과 달리 시장 상황에 따라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게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재형저축펀드는 운용 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진다. 재형저축이 최고 4.6%의 금리를 보장하는 것과 달리 재형저축펀드는 원금 손실의 위험은 있지만 시장 금리 ‘플러스알파’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중(中)위험 중수익 상품이다.
최광철 대신증권 상품전략부장은 “재형저축펀드는 안정적인 해외 채권 위주로 투자해 위험도를 낮추면서도 시장 금리 이상의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또 7년 이상 유지해야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상품인 만큼 서둘러서 급하게 가입하기보다는 소득의 지속 가능성과 자금 지출 계획 등을 고려해서 신중히 가입하라고 말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7년을 유지하지 않으면 일반 적금과 별반 차이가 없는 만큼 이 기간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잘 따져본 뒤 계획적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입 전에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현재 국세청에서는 2012년 소득 자료를 발급받을 수 없어 2011년 귀속 소득확인증명서를 떼어 상품에 가입해야 하는데 추후 2012년 소득 자료에서 연소득이 5000만 원 이상일 경우에는 가입이 해지된다.
재형저축 상품은 은행마다 1개씩 총 16개, 재형저축펀드는 총 70개가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10여 개 재형저축펀드를 추가로 심사하고 있어 곧 80여 개로 늘어난다. 재형저축을 둘러싼 금융회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 판매가 과열될 우려가 크다 보니 금감원은 재형저축 판매 현황을 모니터링해서 문제가 생기면 즉시 현장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신수정·송충현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