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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새 심장이 뛴다]서울 가산동 LG전자 연구센터 현장

입력 | 2013-03-07 03:00:00

애플-삼성 추월 전초기지… LG전자 “LTE에서 크게 한판 붙자”




LG전자는 전화 통화 음질을 크게 높이고, 통화 중 사진이나 메모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VoLTE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최성범 책임연구원과 이세희, 조송래 수석연구원(왼쪽부터).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기술 선도’는 최근 LG전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구호다. TV 사업에서 ‘화질=LG’라는 등식을 만들자는 것이라면 스마트폰 등 통신 분야에선 ‘LTE는 LG’라는 입지를 굳히는 것이 목표다. LTE(롱텀에볼루션)는 3세대(3G) 통신의 다음 단계인 4세대(4G) 통신기술을 말한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미국 애플은 물론 삼성전자보다 출발이 늦은 바람에 ‘휴대전화 톱3’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LG전자는 다음 단계인 4G 스마트폰 사업에선 남들보다 먼저 새 기술을 상용화한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앞선 기업을 뒤따라 잡기보다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먼저 가로질러 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를 포함한 LG그룹 전체는 올해 20조 원의 투자계획 가운데 상당 부분을 ‘새로운 성장 엔진’인 LTE에 쏟아 붓기로 했다.

○“LTE로 한판 붙자”

‘LTE는 LG’, ‘넘버 1. 대박 LG, LTE에서 한판 붙자’.

LTE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 가산디지털단지의 연구개발(R&D) 캠퍼스 내부 곳곳에는 이런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연구원들은 이 구호를 적은 스티커를 자기 자리에도 붙여 놓아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외부 전파를 차단한 전자차폐실에선 LTE 스마트폰의 통화 품질을 측정하기 위한 실험이 한창이었다. 스마트폰 두 대를 차폐실에 넣은 뒤 둘 간의 통화 음질을 오디오 장비로 측정했다. 기존 3G 통화보다 측정값이 두 배 이상 높게 나왔다. 음성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 전송하는데 LTE 기술로 데이터 전달량이 많아지는 만큼 음질이 좋아진다는 설명이었다.

연구원들은 PC에서 소프트웨어를 만든 뒤 시험용 스마트폰에 입력해 통신망에 연결하는 테스트를 수없이 반복했다. 전파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변수를 없애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고 외부 사무실로 나가거나 차를 몰고 다니며 테스트하는 일도 잦다.

“통신망이 LTE로 전환되면서 음질은 2배, 영상통화 해상도는 10배가량 개선될 수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기존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여러 서비스를 새로 내놓을 수 있죠. 통신 서비스가 한 차원 높아지는 LTE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는 시점에 앞서 이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게 우리 전략입니다.”(이세희 MC연구소 VoLTE 연구팀 수석연구원)

LG전자는 특히 LTE 기반으로 음성 통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보이스오버(Vo)LTE’ 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음성 통화를 하면서 스마트폰에 적은 메모나 이미지를 보내는 뷰톡 서비스와 통화 중 상대와 같은 사진이나 웹사이트를 공유할 수 있는 미러콜 서비스 등 특화 서비스도 내놓고 있다.

조송래 수석연구원은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업체 사이에서 LTE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누가 먼저 내놓느냐는 경쟁이 치열하다”며 “LG전자는 LTE 칩 기술을 남들보다 앞서 확보한 만큼 경쟁에 자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 치열한 세계 첫 상용화 경쟁

LG전자는 2월 북미지역 통신업체인 메트로PCS를 통해 VCC(Voice Call Continuity)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VCC 기술이란 스마트폰 이용자가 4G와 3G 통신망 사이를 이동할 때 전화가 끊기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LG전자 연구원들은 1년 전부터 메트로PCS 측과 매주 전화회의를 하면서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회의는 길면 두 시간 넘게 걸렸다. 미국 시간에 맞추느라 오전 7시나 밤 12시에 회의를 시작했다.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의 통신 환경에 최적화한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현지에 출장 가 이곳저곳을 헤매기도 일쑤였다. 통신 기지국이 한국처럼 촘촘하게 설치돼 있지 않은 미국은 툭하면 전화가 끊겨 답답한 적도 많았다.

현지에서 서비스 시연을 준비한 조 연구원은 “남들은 세계 첫 시연이라는 결과만 보지만 현장에선 치열한 눈치작전과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과감한 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업체가 스마트폰 업체 한 곳에만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여러 업체를 경쟁시킨다는 것이다. 이번 상용화 때도 LG전자는 한 스마트폰 업체와 경쟁한 끝에 먼저 상용화에 성공했다.

세계 스마트폰 업계가 이 기술의 첫 상용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3G에서 4G로 진화하는 시기에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통신사끼리도 경쟁이 치열하다. 버라이즌 등 미국 거대 통신사들이 이 같은 VCC 서비스를 언제 내놓느냐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

최성범 책임연구원은 “VCC는 기존의 3G 음성전화와 LTE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현되는 데서 생기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라며 “8년 전부터 꾸준하게 연구개발에 투자하면서 쌓은 LTE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 “휴대전화 세계 최고 자리 찾을 것”

LG전자는 VCC 외에도 LTE 전체 분야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쌓아가고 있다. 2008년 세계 최초로 LTE 칩을 자체 개발한 데 이어 2009년에는 세계 최초로 LTE 휴대전화 무선전송 시연에 성공했다. 2010년에는 미국 AT&T와 일본 NTT도코모에 LTE 모뎀을 처음으로 공급하는 등 입지를 착실히 다졌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엔코의 분석 결과 LTE 특허에서도 전 세계 LTE 특허의 23%를 보유해 이 분야 특허 보유 1위 기업으로 선정됐다.

최 연구원은 “자칫하면 선도투자 비용을 낭비할 위험도 있지만 이렇게 세계 첫 상용화에 도전하는 것은 시장을 먼저 만들어 독차지할 수 있다는 강점 때문”이라며 “LTE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는 인식을 심는 것이 가장 큰 효과”라고 강조했다.

LTE 기술 투자를 통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점점 부활하고 있다. 2월 LTE 스마트폰의 글로벌 판매량이 누적 1000만 대를 돌파했다. 지난해까지 한국, 미국, 일본, 독일 등 10여 개 국가에서 LTE 스마트폰을 판매했고, 올 1분기 내 전략 스마트폰 ‘옵티머스G’를 약 50개 국가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LTE 스마트폰 분야에서 세계 톱3에 오른 것을 기회로 삼아 휴대전화 전체 시장에서도 세계 톱클래스 입지를 되찾을 계획이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