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섭 유한양행 사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
김윤섭 유한양행 사장은 “한국 기업은 아직도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모든 재산을 환원한 고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윤섭 유한양행 사장(65)은 11일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1895∼1971) 42주기를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유한양행은 창업주인 유 박사가 작고하면서 경영권을 2세에 물려주지 않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4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1976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33년 만인 2009년 3월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김 사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기업이 개인의 소유물이라는 생각으로 무분별하게 확장하고 비정상적으로 부(富)를 축적하면 국민과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며 “세계적 기업과 경쟁하면서도 기업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이라는 생각을 실천해야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사사(社史)에 나온 유 박사의 일화를 소개했다. 1930년대에 나온 원기회복제들은 마약성분을 조금 섞어 효과를 높이는 제품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이런 제품이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것을 본 한 직원이 우리도 마약성분을 섞자는 의견을 냈다가 유 박사로부터 “당장 사표를 쓰라”는 질책을 당했다.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조금이라도 비정상적인 방법은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김 사장은 새 정부가 추진하는 동반성장의 정신과 유한양행의 사업이념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납품단가를 후려치거나 대금 지급을 지연하는 일이 없이 협력업체와 함께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경영 방침으로 ‘공격적 경영’과 ‘투 트랙 경영’을 꼽았다. 자체 연구개발(R&D) 역량을 높이는 한편 세계적 기술을 가진 바이오벤처 기업에는 적극적인 지분 투자 또는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올해 R&D 투자 목표치를 800억 원대로 높여 잡았다”며 “단일 제약사 최초로 1조 원 매출을 달성할 수 있도록 공격적으로 경영하겠다”고 밝혔다.
유한양행은 혈연 지연 학연이 없는 ‘3무(無) 회사’다. 김 사장은 “유한양행은 실력만 있다면 누구나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는 회사”라며 “역대 사장도 특정 지역이나 학교와 관계없이 배출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유능한 젊은이들이 유한양행에 많이 지원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