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인조반정은 후금에 큰 타격이었다. 인조는 광해군과는 달리 친명반만(親明反滿)을 표방했다. 후금은 광해군 때는 조선을 통해 명과 교역할 수 있었으나 그것이 어려워졌다. 조선에서 중국 산둥반도에 이르는 해로는 모문룡이 장악하고 있었다. 명나라 하급장교였던 그는 명나라 유민인 부하들을 게릴라로 삼아 가끔 후금의 후방을 교란하기도 했다. 명은 모문룡의 비열한 짓을 잘 알고 있었지만 후금을 괴롭혀주는 대가로 눈을 감아줬다. 후금이 병자호란을 일으킨 명분은 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지만 모문룡으로부터 가도를 빼앗아 교역의 샛길로 삼으려한 속셈도 있었다. 후금이 모문룡의 진지를 습격했을 때 그곳에는 엄청난 양의 비단과 은이 쌓여 있었다고 한다.
▷지도로 북한 철산반도 앞바다를 보면 다른 곳과 달리 섬이 많다. 많은 섬과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은 해적에게는 안성맞춤이다. 그곳에 모문룡 일당의 후예라고 할 만한 중국 해적이 다시 설치고 있는 것이다. 중국 해적이 활개를 쳐도 북한은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낡은 북한 경비정으로는 쌍발 엔진을 단 재빠른 중국 해적들의 배를 추적하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북한 당국은 또 탈북을 우려해 북한 어선의 속도는 경비정 속도 이하로 묶어 놨다. 그러니 북한 어선은 중국 해적들이 달려들면 꼼짝없이 당해야 하는 무방비 상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