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벚꽃이 폈다, 섬진강 물속에
석쇠 위에 얹어서 구워낸 섬진강 벚굴.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며 기력 증진에 좋다.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 아미노산 같은 영양분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동=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5분여를 지나 구불구불한 ‘옛 국도’로 접어들면 벚굴 전문 식당이 이어진다. 재첩+벚굴, 원조 맛집 벚굴, 벚굴 구이식당, 까서 먹고 벗겨 먹는…. 하동군 고전면 전도리 신방마을까지 이런 간판을 붙인 식당이 20곳이 넘는다.
‘꽃길과 물길의 고장’ 하동은 지금 봄기운이 가득하다. 양지바른 곳 매화를 시작으로 개나리, 벚꽃이 만개하면 배꽃과 복사꽃이 뒤를 이을 것이다. 산과 들만 꽃으로 가득차는 게 아니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물속에서도 벚꽃이 만개한다. 바로 벚굴이다. “벚꽃이 피는 계절이 제철이라서, 거기다 생긴 모양도 벚꽃 같아서 벚굴이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바다 굴과 대비해 ‘강굴’이라고도 부른다.
벚굴을 처음 보는 사람은 크기에 압도당한다. 보통 15∼30cm에 이르고 어떤 놈은 40cm까지 자란다. 어른 신발만 하다. 알맹이를 한입에 넣기가 어려울 정도다.
도로변 식당들은 벚굴을 kg 단위로 판다. 조리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 3명이 먹을 수 있는 5kg에 4만 원 안팎. 즉석에서 날것으로 또는 구워서 먹는다. 굽는 데 걸리는 시간은 5, 6분 정도. 굴은 껍데기 처리하기가 힘들다. 부스러기가 튀어 정갈함도 떨어진다. 가스불에 석쇠를 걸치고 그 위에 벚굴을 얹어 통째로 굽는 전통적인 방식 외에 좀더 위생적인 조리법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구수한 향과 함께 벚굴이 익어 입을 벌리면 묵은 김치와 담근 매실(매실장아찌)을 곁들여 먹는다. 기호에 따라 초장에 찍거나 풋고추, 마늘과 함께 먹기도 한다. 벚굴은 찌거나 계란을 입혀서 굴전도 한다. 튀김, 영양죽도 인기다. 원진수산 등 택배로 판매하는 곳도 있다.
바다 굴 맛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벚굴은 약간 싱겁게 느껴진다. 신방마을 이정운 이장(48)도 “바다 굴보다는 짭짤한 맛이 덜한 편”이라며 “바다 굴에다 꼬막을 합쳐 놓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조리전문가들은 벚굴에 대해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며, 성인병 예방과 기력 증진에 좋다”고 입을 모은다.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 아미노산 같은 영양분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민들은 ‘강 속 비아그라’ ‘살아 있는 보약’이라고 자랑했다. 벚굴 판매상인 권행자 씨(57)는 “특정 기간, 특정 지역에서만 나는 계절별미이자 건강식이어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