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에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가 흥행 실패로 재정난을 겪어온 심 씨는 1월 서울중앙지법에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이날 변호사와 함께 법원에 나타난 심 씨의 표정은 초췌했다. 국민에게 큰 웃음을 줬던 모습은 없었다. 비공개로 진행된 2차 심리에서 심 씨는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미디의 전설이었던 심 씨는 1993년 영화 제작자로 나섰다. ‘용가리’(1999년)가 한국 공상과학(SF)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아 정부로부터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됐다. ‘디워’(2007년)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영화 중 가장 크게 흥행했다.
심 씨는 영구아트무비 직원 43명의 임금과 퇴직금 8억9153만 원을 체불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돼 1월에는 법원으로부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심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1월 선고 후 취재진에게 “앞으로는 영화를 찍을 때만 돈을 주는 계약직으로 회사를 운영하겠다”며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차기작 ‘유령도둑’도 준비 중이었다.
그는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된 뒤 TV 광고에서 이런 말을 했다.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니까 못하는 겁니다.” 영구 심형래가 국민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날이 다시 올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