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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분석/2002~2011 국민건강] 대한민국,만성질환 시대로

입력 | 2013-03-08 03:00:00

치매 녹내장 등 노인질환 3~5배로 급증… 의료재정 골병




강희생(가명·40) 씨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로 월급 명세서를 확인했다. 기쁨은 잠시. 한숨부터 나온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세금으로 월급의 40%가 빠져나갔다. 노인 복지와 관련된 정부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16%를 초과한 지 오래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13년의 3배. 반면에 핵심 근로인구(25∼49세)는 절반으로 줄었다. 노인 부양에 대한 부담이 약 6배로 늘어난 셈이다. 어두운 미래상을 예견하는 공상과학소설(SF)의 내용이 아니다.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를 다루는 보고서대로라면 이런 상황이 2043년 3월에 현실이 된다.

본보가 빅데이터 기법으로 분석한 국민건강보험 전체 가입자의 10년 치 질병정보(2002∼2011년)를 살펴봐도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다. 지금 추세라면 건강보험 재정은 안전하지 않다. 사회의 고령화를 막을 순 없지만, 노화로 인한 질환이 무엇인지 알고 생활습관 개선 등 예방을 통해 진료비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이유다.

○ 만성질환 지속적 증가

나이는 병을 부르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이윤환 아주대병원 교수(예방의학과)는 “오래 살수록 암을 비롯한 질병에 걸릴 확률이 급증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날수록 우리나라는 만성질환 사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보자. 허리 통증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1000명당 환자가 2002년 66명에서 2011년 123명으로 약 2배로 늘었다. 고혈압(53명→102명), 소화기 질환(32명→79명), 눈 질환(36명→76명), 관절염(38명→63명)도 비슷하다.

젊었을 때는 잘 걸리지 않지만 노인이 되면 많이 나타나는 질환으로는 치매가 있다. 1000명당 환자가 2002년 1명에서 2011년 5명으로 늘었다. 녹내장은 4명에서 11명으로, 청력 상실은 4명에서 8명으로, 말초혈관 질환은 1명에서 3명으로 증가했다.

유정권 고려대 안암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은 한 번의 치료로 완치되는 게 아니라 꾸준히 관리와 검진, 치료를 받아야 하는 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분석에서는 생활습관병(성인병) 환자의 증가 역시 두드러졌다.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인 내분비 및 대사 질환 환자(1000명당)가 9명에서 30명으로 늘었다.

전립샘(전립선) 비대증은 5명에서 17명으로, 불임으로 진료를 받은 여성 환자도 2명에서 3명으로 증가했다. 결혼을 늦게 하는 한편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불임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여성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 최다 질환은 감기→치과 질환으로

환자 수에서는 치과 질환(충치 제외)이 가장 많고, 기관지염과 감기, 피부 질환, 목 염증이 뒤를 이었다(2011년 기준). 2002년에는 감기 환자가 가장 많았다. 다음은 목 염증, 치과 질환, 기관지염, 피부질환 순이다.

치과 질환을 비롯해 대부분은 환자가 30∼50% 늘었다. 감기 환자만 줄었을 뿐이다. 가벼운 감기로 굳이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충치 역시 2002년에 6위였지만 2011년에는 10위 밖이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충치 예방 교육의 효과다.

2011년의 경우 치아(치과 질환), 뼈(탈구 및 염좌), 피부, 척추(허리 통증) 질환이 환자 수의 상위권을 차지한다. 이 역시 한국이 고령화사회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수십 년간 사용한 뼈와 치아, 피부, 머리카락, 장기는 나이 들수록 제구실을 못한다.

지역별로는 전남의 허리 통증 환자가 가장 많았다. 65세 고령인구 비율이 20.4%로 전국 시도에서 가장 높은 점과 연관이 있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내분비내과)는 “대표적 내분비 대사 질환 중 하나인 뼈엉성증(골다공증)이 급증한 데는 고령화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검진을 통해 질병을 발견하고 꾸준히 관리받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환자가 늘어난 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4대 중증질환 중 하나인 뇌혈관 질환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늘었지만 이로 인해 사망한 환자는 10년 전보다 줄었다.

김현창 세브란스병원 교수(예방의학과)는 “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장기간 치료받는 노인이 2000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질환 자체가 늘었다기보다 치료받는 환자가 늘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 말했다.

고혈압과 당뇨병, 허리 통증, 전립샘 비대증 등의 발병에는 고령화뿐 아니라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도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소식과 채식 위주의 식단, 규칙적인 운동을 실천하면 이 같은 질환의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며 “이는 진료비를 낮추고 건보재정을 튼튼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은·이샘물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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