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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연가 주머니 털어 증세없는 복지?

입력 | 2013-03-08 03:00:00


정부와 여당발 담뱃값 인상론이 확산되고 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담뱃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7일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담뱃값 인상 법안을 발의한 이후 평생 먹을 욕은 다 먹은 것 같다”며 “욕먹을 일이라고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결국에는 국가가 계속 국민의 건강을 방치하는 상황이 된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흡연율이 거의 최고 수준인데 담배 가격은 가장 낮다”며 “미국 달러 기준으로 20달러에 육박하는 나라가 많은데 우리는 2달러 수준이다. 청소년,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원인이 여기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담뱃값 인상론에 불을 지피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추가적 세수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증세 불가론’에 쐐기를 박은 상황에서 담뱃값 인상은 많은 국민의 지지와 함께 세수를 늘릴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다. 이를 염두에 둔 듯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140개 국정과제의 주요 추진계획에 ‘담배 및 술의 규제 강화’ 항목을 포함해 놓았다.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을 인상해야 한다”며 담뱃값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시판 중인 2500원짜리 담배에는 각종 세금, 부담금 등 담배가격의 62%인 1550원이 제세부담금으로 붙는다. 담뱃값이 4500원으로 인상될 경우 제세부담금은 3318원(73.7%)으로 늘게 된다.

김 의원이 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담배에 붙는 제세부담금 중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현행 354원에서 1146원으로 224% 인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방세법 개정안은 담배소비세 641원을 1169원으로 82% 올리는 내용이다.

김 의원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현재 연 43억 갑가량 팔리는 담배 판매량을 기준으로 연 7조6024억 원의 추가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 단순 계산으로 5년 동안 38조 원이 넘는 추가 세수가 발생하는 것.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필요한 복지재원 135조 원의 2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김 의원은 “담뱃값 인상에 따른 판매량 감소를 30% 정도로 추산할 경우 연간 3조5000억 원의 추가 세수가 발생한다”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박 대통령의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연간 비용 1조5000억 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사회적 합의다. 특히 “돈 없어 힘들어 죽겠는데 담배도 못 피우게 하나”라는 서민층의 반발을 돌파해야 한다. 소득에 관계없이 똑같은 비율로 세금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반(反)서민정책이라는 비판이 일 수도 있다. 물가 인상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2010년에도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담뱃값 인상 논의를 시작했지만 재정문제를 서민들이 즐기는 담뱃값 인상으로 메우려 한다는 반발에 부닥쳐 무산된 적이 있다.

김 의원은 “저소득층은 담뱃값이 많이 오르면 담배 소비를 줄일 것이고 오히려 금연 확산으로 저소득층의 가계수지가 개선되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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