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막말 언제까지…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는 판사의 막말에 국민이 분노하고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게 지난해 10월이었다. 당시 사법부는 뼈를 깎는 자성과 막말 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그러나 다 ‘공염불’이었다. 부장판사가 또다시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을 해댔다. 오랫동안 낡은 권위의식에 젖어온 사법부의 거듭남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7일 대법원에 따르면 수도권 한 지원의 최모 부장판사(47)는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일할 때인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피고인 이모 씨(44)와 지인에게 막말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를 받고 있다.
최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이 씨에 대한 재판이 열리기 직전 법정에서 이 씨에게 “초등학교 나왔죠? 부인은 대학 나왔는데 마약 먹여서 결혼한 것 아니에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복역한 전과를 들어 ‘막말’을 한 것이다. 또 1월에는 이 씨 측 증인으로 출석한 지인에게 심문이 끝난 뒤 “(이 씨가) 어떻게 잘해줬느냐”며 “○구멍(항문)을 빨아줬든가 뭘 해준 게 있을 거 아니에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장판사는 사실관계를 대체적으로 시인했다. 그는 소속 법원 관계자를 통해 “제 부덕의 소치”라며 “잘못된 발언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치고 법원 전체의 신뢰를 훼손한 점을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 대법원장이 사과까지 했는데… 또 부적절 발언 ▼
지난해 10월에도 법원은 서울동부지법 유모 부장판사(46)의 막말로 곤욕을 치렀다. 유 부장판사는 증인으로 출석한 60대 증인에게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는 막말을 했다가 올해 1월 견책 처분을 받았다. 사법 역사상 법정 언행과 관련한 첫 징계처분이었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은 “(법관의) 부적절한 법정 언행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사과했다. 이후 대법원은 법정 모니터링 제도를 강화하고 판사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연수과정을 개설한다고 밝혔다.
판사들의 막말이 계속되는 데 대해 법조계에선 “법정 안에서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권의식이 몸에 배어 있어 단순한 모니터링으로는 막말을 근절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7일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법원장들은 “부적절한 법정 언행이 사법부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법정 언행 컨설팅’을 조속히 실시한다는 미온적 대책밖에 내놓지 못했다. 한 변호사는 “사법시험만 준비해 젊은 나이부터 권위를 누려온 판사들이 일반인의 감정과 처지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법정 판단자라는 권위에 취해 벌어지는 일”이라며 “재판 과정을 면밀히 평가해 연임심사에 반영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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