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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내가 차베스다”

입력 | 2013-03-08 03:00:00

베네수엘라 부통령, 추모행사 주도… 복장-억양 흉내내며 ‘후계 굳히기’




5일 사망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시신은 6일 군 병원에서 군사학교의 한 강당으로 옮겨져 추모 행사가 진행됐다. 차베스의 후계자로 차기 대통령이 유력한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은 추모 행사를 진행하면서 억양이나 리듬까지 차베스를 흉내 내고 있어 후계 구도를 굳히기 위한 전술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차베스의 시신은 6일 수천 명의 지지자들이 뒤따르는 가운데 그가 숨진 수도 카라카스의 카를로스 알바레스 군 병원에서 군사학교의 한 강당으로 옮겨졌다. 집권당을 상징하는 붉은 티셔츠를 입은 지지자들은 ‘차베스를 사랑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와 국기를 들고 운구행렬을 따르며 애도를 표했다.

차베스 시신 운구차 뒤로는 마두로 부통령을 비롯해 ‘3인자’로 불리는 디오스다도 카베요 국회의장, 라파엘 라미레스 석유장관, 차베스의 어머니 엘레나 프리아스 여사가 함께했다.

이날 저녁 차베스의 관이 군사학교 강당에 임시 안치된 뒤에는 가족과 측근, 군 장성, 중남미국가 일부 정상 등 수백 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가량 추모식이 열렸다. 나무로 짜인 관은 차베스의 상반신이 보이도록 덮개가 반 정도 열려 있었고 추모객들은 길게 줄을 늘어서서 영면에 들어간 지도자의 얼굴을 마주했다. 추모객 중에는 어린 자녀를 높이 들어 올려 관 속에 있는 차베스의 얼굴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추모행사에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대통령도 참석했다. 국영TV 등 현지 TV방송들은 6일 오후 시간 내내 차베스의 운구 행렬을 생중계했다.

이날 마두로 부통령은 “내가 차베스다”라고 군중에게 외치며 국가 상징 색깔인 노랑 파랑 빨강으로 구성된 점퍼를 입고 행진했다. 이 점퍼는 평소 차베스가 즐겨 입던 것과 같은 디자인이다.

한편 차베스의 임종 순간도 알려졌다. 차베스는 5일 극심한 고통 뒤에 심장마비를 일으키며 사망했다고 AP통신이 호세 오르넬라 대통령 경호실장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차베스는 마지막 순간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죽게 내버려 두지 말라”고 말했다고 군 장성은 전했다.

차베스의 시신은 8일 장례식이 치러진 뒤 특정 장소에 영구 안치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는 정확한 장소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애도 기간을 12일까지 7일간 지정한 것을 비롯해 볼리비아와 니카라과도 같은 기간을 애도기간으로 정했다.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전체회의를 열기에 앞서 차베스 대통령을 애도하기 위해 1분간 묵념 시간을 가졌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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