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내고 건물 올라가 사진 찍어…남산·서울역 방화 맘먹기도 "술마시면 불질러 거리 치우라 환청"…정신질환 입원 전력도
8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일어난 서울 종로구 인사동 식당밀집지역 대형화재가 최근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농성장 천막에 불을 지른 범인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쌍용차 농성 천막에 3일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한 안모 씨(52)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안 씨는 농성장 뿐만 아니라 인사동 식당가 등 서울 도심의 4곳에 불을 더 지른 혐의(현존건조물 방화 등)를 받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당시에 불은 일대 점포 23곳을 태우고 약 1시간 35분 만에 진화됐다. 또 안 씨는 1일 명동의 한 패스트푸드점 직원 탈의실에 들어가 쓰레기통에 불을 붙인 혐의도 받았다.
경찰은 대한문 농성장 방화사건을 수사하던 중 명동 패스트푸드점 방화와 인사동 화재의 발화 지점이 비슷하다는 점, 안 씨의 휴대전화에 인사동 화재 장면이 찍혀 있는 점을 수상하게 여겨 그를 용의선상에 올렸다.
경찰의 조사에서 안 씨는 범행 직후 인근 종로타워에서 휴대전화로 화재 현장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불길이 생각보다 크게 번지자 두려운 마음에 다시 내려와 비상벨을 4차례 누르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은 남대문경찰서와 인사동 화재 조사한 종로경찰서의 공조로 밝혀졌다.
결국 안 씨는 인사동 화재 당일 그와 술을 마신 참고인 진술을 확보하고 화재 전후 행적을 나흘에 걸쳐 캐묻자 결국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씨는 경찰에서 "인사동 놀이마당에서 만난 일행과 술을 마시다 종업원 탈의실로 올라갔더니 폐지와 옷가지가 지저분하게 놓여 있어 건물과 함께 태워버리려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안 씨가 남산과 서울역 등에도 불을 지르려고 마음먹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지저분한 것들이 널린 곳을 보면 불 질러 치워버려야 한다는 의식의 소유자여서 검거가 늦었으면 추가 피해가 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안 씨는 2004년 충동장애 증세를 보여 정신병원에 10일 간 입원한 전력이 있다. 그는 경찰에 "술을 마시면 '불을 질러 거리를 치우라'"는 화청이 들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