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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우 “서른의 중턱…나도 이제 멜로를 하고싶다”

입력 | 2013-03-09 07:00:00

영화 ‘사이코메트리’에서 열혈 형사 역할을 맡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졌다는 김강우는 이제 멜로 연기에 욕심을 내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영화 ‘사이코메트리’ 열혈형사 김강우

절제된 틀 벗어나 롤러코스터 같은 변신
10년 고비 넘기자 연기가 재미있어졌다
결혼 하고, 아이 생기고, 절박함도 생겨
무서워서 피했던 멜로, 이젠 욕심이 난다

“악역도 좋고 주·조연도 상관없어요. 나를 던질 겁니다. 나를 막 쓰세요. 하하!”

배우 김강우(35)가 달라졌다. 얼마 전부터 “연기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호기심으로 배우의 길에 접어든 뒤 남에게 지기 싫은 오기로 연기를 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일이다. “즐기는 마음이 생겼다”는 그는 “가벼운 역할,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며 “나를 내던지겠다”며 소리 내어 웃었다.

김강우의 변화는 7일 개봉한 영화 ‘사이코메트리’(감독 권호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열혈 형사 양춘동 역을 맡아 아동 연쇄살인사건을 파헤치며 뛰고 구른다. 그동안 절제된 연기를 주로 했던 김강우는 이번엔 작정하고 내지른다. 그의 호흡을 좇다보면 롤러코스터를 탄 듯 영화 속으로 급속히 빠져든다.

김강우는 ‘사이코메트리’를 두고 “배우 마음을 넘어 연출, 제작자의 입장까지 고민한 영화”라고 돌이켰다. “애틋하고 책임감이 크다”는 말도 했다.

“적은 예산으로 찍어야 했다. 예산에 따른 공백을 감정으로 메워야 했고. 하다보니 오기가 생겼다. 어떻게라도 완성하고 싶었다.”

영화 한 편을 내놓는 배우의 마음은 제각각이다. 김강우는 ‘사이코메트리’를 끝내놓고는 “마음을 비우고 좀 더 가볍게 가보자”고 결심했다. 지난해 출연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까지 진출했던 영화 ‘돈의 맛’에서도 힘을 준 연기를 소화했던 이유도 이런 결심을 재촉했다. 비로소 자신의 일을 즐기기 시작한 사람에게서만 풍기는 긍정의 에너지가 김강우 주위에 가득 차 보였다.

“연기 사춘기가 늦게 왔다. 얼마 전까지 영화 촬영을 시작하기 전날 밤엔 늘 몸이 아팠다. 너무 부담되니까. 10년을 해도 연기가 재미없으면 관두려고 했지만(웃음), 재작년에 10년째를 잘 넘겼다. 다행이다. 이젠 돌아갈 수도 없잖아. 연기 말고 다른 걸 못하겠다, 나는.”

김강우는 인터뷰 도중 ‘절박함’이라는 단어를 두 번 꺼냈다.

“스물 다섯에 연기를 시작했고 이젠 결혼해 아이도 생겼다. 그래서 절박함이 더 생기는 거지. 이제는 쉬면 몸이 아플 지경이다. 하하!”

김강우의 욕심은 멜로 연기. 유독 멜로 연기와는 거리를 뒀던 그는 “사실 무서워서 멜로를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멜로 연기는 거짓의 감정으로는 할 수 없지 않나. 진짜 감정으로 해야 했다. 그래서 겁이 났다. 30대 중반엔 좋은 감정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때가 지금이다.”

요즘 예능프로그램 제의도 많이 받는다. SBS 토크쇼 ‘힐링캠프’ 출연의 후광효과다. 처제인 연기자 한혜진의 적극적인 형부 자랑 덕분에 ‘국민형부’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할 정도로 불러온 반응은 뜨겁다. 하지만 예능프로그램에서 김강우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 “나의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자리가 아니라면 (예능은)부담스럽다”고 그는 생각한다.

물론 자신을 둘러싼 갖은 오해를 풀어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차갑다, 똑똑할 것 같다, 차분하다, 말이 없다” 등이 김강우가 느끼는 자신을 향한 대중의 오해다. 진짜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그의 선택은 책 출간이다. 지난해 에세이 ‘두 남자의 거침없는 태국여행’을 내놓았던 김강우는 “시리즈로 내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행이 늦어지는 이유는, 게으름? 또…, 정말 속도가 느린 타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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