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클럽 맘의 性일탈은 무죄?주부들 심리적 결핍 채우려고 방황…“나도 여자이고 싶다” 이유 있는 항변
지루한 일상서 새로운 세상으로
경희(가명·42) 씨 이야기는 낯설지 않은 우리 이야기다. 경희 씨는 친구 미라 씨를 따라 6개월 전 처음 나이트클럽에 갔다. 사이키델릭 조명과 쾅쾅 울려대는 음악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자기 또래 여자들이 클럽 안을 가득 채운 모습에 크게 놀랐다. 자리 잡은 지 10분도 안 돼 부킹이 들어왔고, 경험 많은 미라 씨 손에 이끌려 한 룸으로 들어가자 직장인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 둘이 앉아 있었다. 자연스레 짝을 정하고 쌍쌍으로 자리를 바꿔 앉자 미라 씨와 그 파트너는 금세 오래된 연인처럼 행동했다. 경희 씨는 어색함을 없애려고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 파트너가 일어나 노래를 부르자 룸 안 조명이 어두워졌다. 한쪽에 앉아 있던 미라 씨와 그 파트너는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날 경희 씨는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왔다.
부부 상담을 하다 보면 우리 시대 결혼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지 알게 된다. 경희 씨 같은 사례는 드물지 않다. 결혼할 땐 친구들 부러움을 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회사 일에, 여자는 육아에 전념한다. 동창회에 나가서는 행복한 것처럼 가장하지만 가슴속은 휑하다. 그 허무함은 쇼핑으로도 채울 수 없다. 남편은 술에 절어 새벽에 들어오기 일쑤고, 간혹 일찍 들어오더라도 리모컨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런 생활을 반복하며 남편과 남남처럼 살던 주부가 어느 날 나이트클럽에 가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처음엔 일말의 죄의식을 느끼지만 이내 무뎌진다. 나이트클럽 룸에서 섹스를 즐길 만큼 과감해지기도 한다. 여자들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모텔보다 룸을 선호하기도 한다. 일부 나이트클럽에선 룸서비스로 콘돔을 제공한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주부의 성일탈’이라는 주제로 이와 유사한 사례를 수차례 다뤘다. 하지만 경희 씨 사례를 그저 그렇게 치부하는 게 마뜩지 않았다. 소외되고 외로운 감정만큼 견디기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순정만화와 하이틴 로맨스 소설을 읽고 자란 여자는 낭만적 사랑을 꿈꾼다. 그런데 남편 사랑은 커녕 남편과 소통도 안 되니 서글프다. 그런 그들에게 나이트클럽은 별천지다. 아는 사람 맞닥뜨릴까 두려워 멀리까지 원정 간다. 다른 남자들 눈길을 받으면서 결혼하고도 무지했던 성에 점차 눈을 뜬다.
섹스는 공간과 조건에 따라 쾌락이 증폭하기도 하는데, 남편과는 그럴 일이 전혀 없다. 성적 판타지를 조성하려고 간호사 복장이나 마도로스 복장을 하는 코스튬 섹스는 상상도 할 수 없거니와, 식탁 위 섹스는커녕 아이들이 알까 두려워 방 안에서도 숨을 죽인다. 부부에게 섹스는 밀린 빨래나 공과금 납부처럼 해치워야 할 가사노동의 일부다. 반면 나이트클럽 안 몽환적인 조명은 성감을 자극한다. 나이트클럽 룸은 낯선 공간이다. 룸 밖으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한다. 방 안, 지겨운 침대시트 위에서의 섹스와는 비교할 수 없다.
현대 여성은 헬리콥터 맘이 되지 않으면 나이트클럽 맘이 되기 쉽다. 자신의 심리적 결핍을 채우려고 아이들과 결속하거나, 나이트클럽에 가서 외간남자를 만날 개연성이 농후하다. 우리 어머니 또래 어른들은 나이트클럽에 출입하는 여자를 보면 천박하고 부도덕하다며 손가락질한다. 하지만 옛날 어머니들이 자녀에게 집착했던 것과 요즘 여자들이 나이트클럽에 다니는 것의 동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부부간 대화와 표현이 중요
남편의 부재로 인한 허전함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다.
“왜 여자들에게만 뭐라고 하는 거죠? 나도 행복할 권리가 있잖아요. 여자이고 싶다고요. 섹스도 하고 싶고요. 주부의 일탈이라고요? 남편 일탈과 뭐가 다른가요? 남편과 사회가 우리를 그렇게 내몬 것 아니냐고요?”
요즘 미경 씨 부부는 매일 작은 메모를 주고받는다. 미경 씨는 남편에게 매일 “고마워요. 사랑해요. 당신을 존경합니다” 같은 내용을 담은 메모를 건넨다. 그러면 남편은 “당신 참 예뻐. 고생 많지? 사랑해” 하는 식의 메시지로 답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온 가족이 같이 저녁을 먹고, 주말엔 부부만의 시간을 가진다. 단둘이 외식도 하고, 가까운 공원에 산책도 나간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많은 대화를 한다.
미경 씨는 요즘 제빵 기술을 배우러 다닌다. 남편이 은퇴하면 함께 작은 빵집을 낼 계획이다. 상담기간이 끝난 뒤 한 번은 미경 씨가 펑펑 울면서 전화를 했다. 남편과 크게 싸웠다고, 남편이 옛날과 똑같아졌다고 하소연했다. 긴 전화통화 끝에 미경 씨에게 말했다.
“전엔 싸우지도 않았잖아요. 싸우고 화해하고 또 싸우고 화해하고, 그게 삶이에요. 남편을 미워하는 것만은 아니잖아요? 사랑하니까, 잘 살아보고 싶으니까 그런 거 아닌가요? 지금 잘하시는 겁니다.”
마야최 심리상담가 juspeace3000@naver.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3년 3월 12일자 8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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