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 현 감독과 전 주장이 만났다. 송종국(왼쪽)이 6일 화성 클럽하우스에서 수원 서정원 감독을 인터뷰하고 있다. 두 축구인은 그라운드에 앉아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화성|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 송종국 “감독은 좀 냉정해야” VS 서정원 수원감독 “선수들이 내 눈치 보면 안돼”
Q:송종국
수원은 초반엔 잘하다가
시즌후반되면 무너졌죠
한마디로 희생정신 부족
전훈때 팀워크 살아났지
1,2군 엔트리 안배 중요
빠른 공격축구 담금질중
스포츠동아는 2013년 주말 기획물로 ‘축구인이 묻고 축구인이 답하는’ 새로운 형식의 인터뷰 기사를 싣는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주역으로 지난 해 은퇴 후 TV조선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송종국이 인터뷰어로 나선다. 송 위원이 첫 번째로 만난 축구인은 올 시즌 수원삼성 지휘봉을 잡고 얼마 전 데뷔 승을 올린 서정원 감독이다. 축구인 끼리의 대화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2008년 수원 주장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송 위원은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고, 서 감독도 허심탄회하게 답했다. 생생했던 현장 분위기를 담기 위해 가급적 두 사람의 어투를 그대로 살렸다. 인터뷰는 6일 화성에 있는 수원 클럽하우스에서 진행했다.
송종국(이하 송) : 잘 지내시죠? (훈련 마친 수원 선수들을 보며) 대단한데요. 올해 무패 우승하겠어요.
서정원(이하 서) : 하하. 말이라도 고맙다.
서 : 내가 잘 보여야하는 입장이구나.
송 : 어떠세요? 코치할 때와 감독은 완전히 다르잖아요?
서 : 당연히 다르지. 그런데 경기장 가면 긴장되고 이럴 줄 알았는데 아니네. 코치 때나 선수 때나 별반 다르지는 않아.
송 : 제가 애들(수원 선수들)한테 이야기 들어보니 서 선생님 너무 좋다고 다들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감독이니 좀 더 냉정해져야 되잖아요?
송 : 그런데 다들 말은 그렇게 하면서 그대로 가는 사람 별로 본 적은 없어요.
서 : 확실한 건 애들 위에서 군림하고 싶지 않다는 거야. 선수들이 감독이나 코치 눈치보고 그런 거 없애고 싶어. 그게 있으면 선수들을 있는 그대로 파악을 못 해. 또 중요한 건 올바른 판단이야. 국내, 외국인 선수 알력? 피해의식? 그런 거 없어야 해. 완전히 똑같다 이거지. 누가 봐도 몸 좋고 열심히 하는 선수가 출전 엔트리에 들어야지. 비싼 외국인 선수가 지금 우리 경기에 왜 못 나오겠어? 훈련해 보니 아직 아니니까. 그걸 억지로 쓰면 미스가 나고 전체적으로 패로 이어지는 거 아닐까?
송 : 앞으로도 이름값보다 그 날 컨디션, 운동할 때 좋으면 베스트로 나가게끔 하겠다는 거죠?
서 : 다만, 유연하게는 가야지. 우리 운동하면서 알잖아. 그 선수가 실력 있는데 훈련이 안 좋을 때가 있는 거. 그런 거는 감안해야지.
송 : 참, 어렵죠?
서 : 하하. 진짜 어려워. 어려워.
송 : 한 두 명도 아니고 삼십, 사십 명을 끌고 가야 하는 거 그게 힘든 것 같아요. 저는 예를 들어 10명 중 7명만 잘 끌고 갈 수 있다면 최고의 감독이라 생각해요.
서 : 그러게. 선수들마다 또 다르고 개성도 있고….
송 : 선수 스스로 소외됐다고 생각했을 때 그런 생각 가진 순간부터 운동장에서 기량이 안 나와요. 그런데 내가 부족한데 감독이 믿음을 주면 또 올라온단 말에요?
서 : 맞아. 그걸 적절하게 처방하는 게 중요하지. 올 시즌 우리가 ACL(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K리그 클래식에, FA컵까지 많은 경기 있거든. 그걸 정해진 베스트로만 모두 소화할 수 있을까? 축구에 정답은 없지만 나는 일단 로테이션으로 뒤에 있는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줄 생각이야.
송 : 1,2군의 차이를 적게 가져가겠다는 말씀인데. 그런데 그게 적절하게 가면 좋은데 또 한 번 잘못되면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진단 말에요?
서 : 그게 위험한 거지. 우리 선수들을 믿어야 해. 믿음이 없으며 못 해.
송 : 올해 전략은 어때요? 수원하면 공격축구란 이미지? 글쎄요. 사실 계속 그렇게 안 했잖아요? 제가 해설을 하지만 솔직히 재미없는 경기가 많아요. 양 쪽이 서로 맞부딪히면 재밌어요. 그런데 한 쪽이 잠그고 그러면….
서 : 지루해지지?
송 : 수원이 한국을 대표하는 클럽인데 그 동안 이런 모습 못 보여준 건 사실이잖아요?
서 : 나도 공격수 출신이고 공격축구를 하고 싶어. 일단 템포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 돼.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선수들에게도 빠른 생각, 미리 보고, 볼 공격적으로 잡아놓고, 패스는 강하고, 볼 잡지 않은 주변 선수도 빠르게 공간을 치고 움직여야 하고, 이런 거 강조하고 있어.
송 : 사실 수원은 일단 개인 능력이 좋아서 초반에는 괜찮아요. 그런데 체력 떨어지고 부상자 나오는 시즌 중후반에는 조직력이 부족하니 무너져요.
서 : 맞아. 선수들도 사실 ‘내가 스타인데’ 이런 잠재의식 있어. 말로는 ‘희생 하자’고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자기를 나타내려 하지. 내가 그런 부분을 꼬집었어. 자기이름 내려고 자기 나타내는 플레이 하지 말자고.
송 : 수원은 희생정신은 부족한 편이에요. 저도 뛰어 봤지만 서로 말은 그렇게 하죠. ‘도와주자’ ‘협력하자’ 그런데 경기장 들어가면….
서 : 내 말이 그 말이야. 말만 하지 말고 실천하자고. 너 이 말 들으면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원래 외국인 선수들은 훈련 많으면 꾀 피고 안 하잖아. 그런데 이번 해외 전훈 때 외국인 선수들도 하루도 안 쉬었어. 또 노장들이 먼저 지치는 게 아니라 후배들을 끌고 가는 거야. 이게 팀워크가 아닌가 싶어. 훈련 때는 내 마크맨이 열심히 해줘야 돼. 같이 싸워주고 태클해줘야 나도 되고 얘도 되고 팀도 되고 효과가 좋아져. 그런 모습이 많이 나오면 곧 그건 뭐냐. 경기장 들어가서 여유가 생기는 거지.
송 : 아시겠지만 유럽이 그렇잖아요.
서 : 맞아. 내가 바로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 그게 필요해.
송 : 우리나라는 훈련 때 선후배 관계도 있고 눈치도 보고…. 그런데 그거 아시죠. 감독이 특정 선수를 뭐랄까 더 신경 쓰거나 하면. 선수들끼리는 다 알잖아요.
서 : 알아. 알지. 선수들에게 비춰지는 거. 그래서 되도록이면 아픈 선수, 뒤에 있는 선수에게 장난도 치고 해야 해. 코치들에게도 그 쪽 신경 쓰라고 하고.
송 : 2008년 수원 우승할 때 우리 정말 대화도 많이 하고 후배들도 잘 따라와 줬어요. 그게 경기장에서 나왔죠.
서 : 소통의 벽을 없애야지. 선생은 선수들이 잘 하게끔 돕는 사람이야. 또 선생은 선생다워야 해. 모범이 돼야지.
송 : 감독은 긴장된 티나 기분 같은 거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서 : 정답이야. 감독 얼굴에 선수들 분위기가 달라지지.
송 : 하하. 하여튼 전 선수 시절 선생님처럼 달리기 빠른 선수들이 젤 싫었어요. 빠른데다 볼까지 잘 차니 수비 입장에서는 아휴 그냥.
정리|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