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대우가 타자로서 야구인생의 꽃을 피우기 위해 2013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롯데 4번타자 꿈꾸는 김대우
대형 기대주서 미아…2008년 롯데행
지난해 타자전향 후 수비불안 2군 전전
부활…박흥식코치 캠프서 4번타자 중용
“롯데 최초 20도루-20홈런 달성 목표”
무사는 자기를 알아주는 주군을 위해서 죽는다고 했다. 롯데 김대우(29)에게 김시진 감독과 박흥식 타격코치는 바로 그런 혼을 바쳐도 좋을 사람들이다. 김대우가 없더라도 롯데의 라인업은 지명타자 장성호, 1루수 박종윤, 좌익수 김문호로 짜여질 수 있다. 그러나 김 감독과 박 코치는 김대우를 롯데의 4번타자처럼 중용하며 롯데 라인업에 ‘메기 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김대우는 단순한 ‘미끼’가 아니라 진정한 롯데의 4번타자가 될지도 모른다.
롯데의 일본 가고시마 2차 스프링캠프에서 김대우는 화제였다. 주목에 어울릴 이슈(?)도 쏟아냈다. 평가전 7연타석 삼진부터 시작해 두산전에서의 ‘엽기’ 좌익수 수비가 그랬다. 평범한 플라이볼도 잘 못 잡자 롯데 시절 좌익수 전향에 실패했던 홍성흔이 “나보다 더한 애도 있었네”라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김대우에게도 소위 ‘멘붕’이 찾아왔다. 또 외면 받나 싶었다. 그러나 “너, 타자 전향한지 얼마나 됐냐? 네가 지금 잘 치면 야구천재지? 못 치는 게 당연하고 못 쳐도 된다”라는 박 코치의 조언에 힘을 얻었다. 타격이 안 되면 폼까지 무너진다는 것도 덕분에 배웠다. 김대우는 “예전에는 1경기만 못하면 2군행이라는 압박감 속에 뛰었다. 올 시즌은 감독, 코치님이 나를 계속 써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프로에서도 상종가 한번 쳐보고 싶다
김대우는 광주일고∼고려대 시절 국가대표 투수였다. 메이저리그에 뜻을 둘 만큼 잘 나갔다. 그래서 롯데의 입단 제의까지 뿌리쳤다. 대만을 거쳐 미국에 건너가려는 편법까지 쓰려고 했다. 그러나 아시아권에선 드래프트를 거부한 선수는 뛸 수 없게 협정을 맺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대만에서 뛰지도 못하고 미아가 될 뻔했다. 그럴 때 롯데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2008년 입단하자 타자로 뛰라고 했다. 볼 스피드에 자신이 있었던 김대우는 타자가 내키지 않았다. 실제 자체 평가전에서 17타수 1안타밖에 치지 못했다. 결국 롯데는 다시 김대우를 투수로 전향시켰다. 그러나 1군만 올라가면 볼넷을 남발하는 제구력 난조에 발목을 잡혔다.
결국 2012년 타자로 다시 전향했다. 그러나 변화구에 약했다. 선구안이나 참을성도 없었다. 더 문제는 1루 수비였다. 1군에 호출됐다가 에러만 3개를 하고 쫓겨났다. 그러다 기회를 다시 얻은 자리가 좌익수다. 모토니시 인스트럭터가 붙잡고 가르치다시피 한다. 수비 트라우마도 이제는 많이 벗어났다. ‘제2의 박병호(넥센)’ 얘기를 듣자 김대우는 “기왕이면 제2의 이대호로 불러달라”며 웃었다. 롯데의 4번타자가 되고픈 바람이 담겨있다. 김대우는 “지금 내 입지에서 목표를 운운하는 것은 좀 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 역사상 최초의 20홈런-20도루 타자를 간절히 꿈꾸는 김대우다. “너무 어릴 때 야구로 꽃을 피웠는데, 서른 나이에 프로에서 상종가 다시 한번 쳐보고 싶다”고 김대우는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