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인시공/정수복 지음/300쪽·1만4000원 문학동네
문학동네 제공
그냥 책을 읽으면 되지, 무슨 기본권까지 운운하나 싶었다. 하지만 저자가 나열한 권리장전의 17개 항목을 꼼꼼히 읽다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권리를 마련하라’(1항 책을 읽을 권리), ‘강요와 강압에 의한 독서는 안 된다’(2항 책을 읽지 않을 권리), ‘베스트셀러만 권유해서는 안 된다’(9항 많은 사람이 읽는 책을 읽지 않을 권리) 등….
저자는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사회학 박사 과정을 마친 뒤 서울과 파리를 넘나들며 인문사회 관련 서적을 펴내고 있다. 독서에 대한 그의 진지한 성찰을 살펴보면 자신의 독서 습관을 되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선택이 아닌 의무로 묵직하게 다가온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한동안 멀어졌던 독서에 대한 마음을 다잡는 데 이만큼 유혹적인 책이 없을 듯하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가운데 3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평균 독서 권수는 9.9권으로 한 달에 한 권이 채 안 된다. 독서의 중요성은 익히 알지만 “시간이 없다”며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습관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꼬집는다.
정수복 씨
책은 중반을 넘기면서 저자가 경험한 인물이나 장소 얘기로 흘러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집에 책이 넘치면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면 된다”는 해법 같지 않은 해법은 소개하지 않는 편이 나은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손에 잡히는 아무 책이나 읽고 싶게 된다. 습관은 인생을 바꾼다. 이제 당신 차례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