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송호근 지음/240쪽·1만5000원 이와우
송호근 교수 동아일보DB
대한민국 국민이 퇴직하는 평균 연령대, 자녀 대학 등록금 마련에 허리가 휘는 세대, 그 후에는 자녀 결혼으로 뼈가 빠지는 세대, 자신의 노후 대책도 없는데 여전히 노부모 봉양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세대. 이 시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50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인구학적으로는 1955∼63년 태어난 베이비부머로 약 715만 명이다.
날카로운 통찰력과 탁월한 문장력으로 한국 사회를 진단해 온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57)가 자신이 속한 베이비붐 세대의 현실을 그린 보고서이자 개인사를 고백한 에세이를 냈다. 이 중년의 사회학자가 어느 날 밤 자신의 차를 운전해준 초면의 대리운전사와 술잔을 부딪친 것이 책의 집필로 이어졌다. 그와 동년배인 대리운전사는 중견기업 부장을 끝으로 퇴직하고 집에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알바’를 뛰는 중이었다.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를 이뤄 낸 베이비부머의 초라하고 억울한 황혼!
대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베이비부머는 부모에게 손 내밀기는 주저하면서도 자식에겐 힘닿는 데까지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린다. 책은 재취업 전쟁과 생계 걱정, 사회적 직위를 잃은 허탈함과 외로움으로 눈물 삼키는 50대들의 현실에 귀 기울일 뿐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진 않는다. 그 점이 아쉽지만 저자가 밝힌 대로 이 책의 목적은 “연대감 확인을 통한 공감과 위로”다. 그래서인지 50대 독자가 책을 덮을 때쯤이면 동년배 교수와 거나하게 소주를 걸친 기분이 들 법하다.
“당신이 모든 사람에게 버림받아 거리를 헤매다 견디기 힘든 밤이 찾아올 때 당신을 위로할게요. 당신 편이 되어 줄게요. 어둠이 몰려오고 세상이 온통 고통으로 가득할 때 당신이 이 험한 세상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되어 줄게요.”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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