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비사/융이 지음·류방승 옮김/304쪽·1만4000원 알에이치코리아
일반인들은 은을 귀금속의 하나 아니면 금의 대체재로만 여긴다. 하지만 부의 원천으로서 은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경영 컨설턴트인 중국인 저자는 한때 전 세계 은을 쓸어 모았던 명나라 때부터 국부(國富)의 원천이 금과 은에서 달러나 파운드화로 전환한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은을 중심으로 한 세계 패권 전쟁의 흐름을 짚었다.
명나라는 비단, 차, 도자기 등을 유럽에 팔고 그 대가로 전 세계 은을 쓸어 담았다. 신대륙 발견으로 은 공급량이 세계적으로 늘어나면서 국제교역에서 썩지 않는 은을 선호하게 됐기 때문이다. 16∼18세기경 라틴아메리카의 은 생산량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했다. 이 은의 3분의 1 이상이 중국에 유입됐다.
은이 흥망을 이끈 다른 나라의 사례도 담겼다. 스페인은 식민지에서 약탈한 은으로 유럽을 제패했다. 하지만 은이 투기의 대상이 되며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었고 사치성 소비사회로 전락했다. 하얗기만 한 은(백은)에 얽힌 다채로운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