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오오타 야스스케 지음·하상련 옮김//136쪽·1만1000원 책공장더불어◇원전의 재앙 속에서 살다사사키 다카시 지음·형진의 옮김/315쪽·1만5000원 돌베개
후쿠시마 원전 사고지점에서 반경 20km내에 남겨진 동물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영문도 모른채 굶주리고 죽어간다. 오른쪽은 ‘자발적 피난지역’으로 지정된 미나미소마 시에서 피난을 가지 않고 2년간 살아온 사사키 다카시 씨 부부와 손녀.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피해를 본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반경 20km 이내 지역은 사람이 살지 않는 경계구역(출입금지)이다. 반경 30km 지역은 ‘옥내 대피 지역’ ‘자발적 피난지역’으로 지정됐지만 방사능 수치가 높아 대부분의 사람이 떠났다. 그러나 주인들이 버리고 간 애완견과 고양이, 소, 닭, 돼지, 말들은 남았다. 아프가니스탄, 캄보디아, 유고슬라비아 내전 등 분쟁지역을 취재했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오오타 야스스케 씨(55)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버려진 개, 고양이를 구조하기 위해 3개월 동안 17회에 걸쳐 후쿠시마를 찾았다.
‘원전의 재앙 속에서 살다’는 배송업체 직원들도 무서워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 남아 살고 있는 사람의 생존기다. 전직 스페인어 교수였던 사사키 다카시 씨(74)는 원전에서 25km 떨어진 미나미소마 시 하라마치 구에서 98세 노모와 치매에 걸린 아내, 두 살배기 손녀와 함께 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저자는 2년간 ‘모노디아로고스’라는 블로그에 생존기를 쓴다.
미나미소마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옥내 대피 지역’으로 지정된 곳이지만 지역주민 3만 명 중 80%가 자발적 피난을 떠났다. 사고 발생 후 일주일 만에 집과 병원을 떠난 노인들이 이리저리 옮겨지는 과정에서 50여 명이 사망했다. 인근 도시의 초등학교에서는 푹푹 찌는 여름에도 교실 창문을 꼭꼭 닫고 수업하고, 창 쪽의 방사선량이 높기 때문에 공평하게 하려고 매일 줄을 바꿔 앉는 일도 벌어진다.
그의 글은 단순한 재난수기가 아니다. 대재앙에 맞선 한 개인이 ‘영혼의 중심(中心)’을 낮게 잡고, 오직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자신의 마음으로 느끼겠다’며 치열하게 사색해낸 결과물이다. 곳곳에서 유머가 빛을 발하는 그의 글은 국가의 역할, 국가와 개인, 인간의 자유와 존엄에 대한 묵직한 물음을 던진다.
저자는 집을 방문한 재일교포 작가 서경식 씨와의 대화에서 “원전 사고 이후 피해 지역민으로서 과거 일본의 침탈로 끔찍한 고통을 당한 동아시아인들, 특히 조선과 중국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원전 피해지역에서 살아가는 자신 또한 일본 내 디아스포라(이산자·離散者) 같은 존재라고 느낀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